오세훈(사진) 서울시장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제명 사태를 놓고 연일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장동혁 디스카운트’가 선거를 덮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매우 크다”며 “국민의힘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말을 안 해도 속은 숯검댕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지난달 29일 한 전 대표 제명 직후 “장 대표가 당을 자멸로 몰아넣었다”며 장 대표 사퇴를 촉구했던 오 시장은 이날도 “노선 변화가 없다면 제 입장도 달라질 수 없다”고 했다.
오 시장의 강공은 당내에도 당혹감을 주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3일 “예견됐던 한 전 대표 제명에 오 시장이 ‘장 대표 퇴진’ 카드를 꺼내들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연초에도 장 대표를 향해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윤석열 전 대통령 옹호 세력과의 절연 등을 요구했지만 퇴진을 언급하진 않았다.
오 시장의 강공 전환 배경에 대해 국민의힘에 대한 서울 지역 민심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29~30일 JTBC가 메타보이스에 의뢰해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차기 서울시장 가상 대결에서 오 시장 38%, 민주당 정원오 성동구청장 39%로 오차범위(±3.5%포인트) 내 접전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수도권 지역 의원은 “장 대표의 ‘우향우’ 노선이 오 시장에게 주는 피해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부동산 리스크 등 정부·여당의 악재를 당내 논란이 덮어버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오 시장의 불만은 커졌다. 오 시장 측 인사는 “지난달 29일만 해도 이재명 정부가 현실성 떨어지는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국민의힘은 한동훈 제명 논란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며 “오 시장도 이런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장 대표와 선을 긋고, 독자 노선으로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는 부동산·경제 등 현실 이슈와 중도 민심에 좌우된다”며 “오 시장은 장동혁 지도부와 선을 그어둬야 향후 지도부발(發) 리스크가 또 불거지더라도 타격이 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여차하면 불출마를 선언하고 지방선거 이후 장동혁 체제가 흔들리면 당권에 도전하는 것도 오 시장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중진 의원)는 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염두에 두지 않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