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설탕부담금’ 도입을 띄우면서 ‘설탕세’ 논란이 불붙었다. 설탕부담금은 2021년 가당 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 증진법’ 개정안 발의를 계기로 논의가 이뤄졌지만 조세 저항과 물가 상승 우려를 내세운 식품업계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질병 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국민의 하루 당류 섭취량은 57.2g으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치를 초과했다. 설탕부담금 논의의 산파역인 윤영호(사진) 서울대 의대 교수를 만났다. 그는 2018년부터 설탕 부담금 도입을 주장해왔고 지난해 9월 민주당 기재위원회 간사인 정태호 의원 등과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으며 오는 12일에도 설탕부담금을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연다.
대통령이 띄운 뒤 세금 논란 번져
첨가당 과다 경고 과태료일 뿐
걷힌 재원, 저소득층에 우선 지원
공론화 서둘러 오해 해소해야
“이대로면 24년 뒤 건보 44조원 적자”
Q : ‘설탕세’라니 국민 가운데는 “또 세금 때리냐”는 저항도 나옵니다.
A : “세금(Tax)이 아니라 부담금(Levy)입니다. 용처가 국민 건강에만 쓰인다는 점, 당분의 위험을 경고·예방하는 과태료란 점에서 세금과 다릅니다. 이 제도를 도입한 대표 국가인 영국도 세금이 아니라 부담금이라고 해요. 영국은 100㎖당 첨가당이 5mL 이상 들어간 식품에 18펜스(약 350원)를, 100㎖당 8㎖ 이상 첨가당 함유 식품은 24펜스(약 470원)의 부담금을 매깁니다.”
Q : 효과가 있었나요?
A : “그럼요. 영국은 첨가당 음료 매출이 33%, 식품에 든 첨가당 함유량이 46% 줄었죠. 포르투갈·뉴질랜드·멕시코도 비슷한 성과를 냈으며 미국 역시 5개 주가 탄산음료 등의 가격을 33% 인상한 결과 구매가 33% 줄었어요. 부담금 탄력성이 거의 1이니 효과가 큰 거죠. 더 의미 있는 건 저소득국가나 저소득층이 더 민감하게 반응해 소비량을 줄인다는 거죠.”
Q : 설탕의 폐해가 그리 심각한가요?
A : “우리 청소년 3명 중 1명이 당분을 과다 섭취하고 있습니다. 성인까지 합하면 국민 5명 중 1명이 과다 섭취고요. 유전적인 취약성이 큰 청소년기에 단것 먹기가 습관 되면 끊기 어려워요. 이는 만성 질환으로 이어져 노인이 됐을 때 의료비용이 급증할 테니 조기에 바로잡아야죠. 요즘 청소년들은 아침에 채소·과일을 먹지 못하고 편의점에서 가공식품으로 식사를 때우니 단것과 기름진 음식 노출도가 굉장합니다. 비만→당뇨·심혈관 질환→암 발생 악순환이 우려돼요. 노인도 심각합니다.”
Q : 노인도요?
A : “2024년 말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 의료 비용이 급증해 2050년엔 한해 건강보험 적자가 44조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과거엔 노인은 단것 안 먹는다는 통념이 있었는데 지금은 음식이 달지 않으면 맛없다고 여기는 사회가 됐어요. 노인의 당분 섭취 증대로 의료비용도 폭등해 24년 뒤엔 건강보험이 44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Q : 부담금을 매길 구체적인 식품은 뭘까요?
A : “국민에게 질문하니 청량음료와 빵·과자·빙과 순으로 부담금 부과 대상이라는 답이 나왔습니다. 라면 같은 면류의 순위가 가장 낮아요. 필수식으로 여기는 듯합니다. 고추장·쌈장 같은 장류나 조림식품도 첨가당이 상당합니다. 이들도 포함해서 영국식으로 100㎖당 첨가당 5㎖ 초과 함유 식품엔 가격의 20%를 부담금으로 매겨야 한다고 봅니다. 1년에 최소 1조8000억원의 분담금이 걷힐 것으로 대강 산정되는데 그 100%를 보건 증진에 쓰는 거죠.”
Q : 왜 ‘100㎖당 5㎖’라는 지표가 나온 걸까요?
A : “세계보건기구는 일반인은 하루 칼로리 섭취량의 10%,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은 5% 이하만 첨가당으로 섭취하라고 권장합니다. 이를 근거로 산정한 듯하고요.(제로 콜라 같은 무설탕 음료는요?) 설탕 대신 감미료를 넣은 식품인데, 감미료도 성인병 증가 요인이라 설탕 부담금 부과 120개 국가 중 75%가 부담금을 부과해 풍선효과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이 방안에 국민도 74%가 찬성해요.”
Q : 그래도 국민 입장에선 “1000원짜리 콜라값이 1200원이 된다면 세금 아니냐”는 반발이 예상됩니다.
A : “그래서 사회적 논의부터 하자는 겁니다. 정부와 의료계, 소비자·환자단체, 업계가 공론을 거쳐 10년의 로드맵을 세워 타협하는 거죠. 첨가당 많이 들어간 식품에 부과된 부담금을 채소나 저당 식품 지원에 써 가격을 낮춰주고 저소득층이 채소나 저당 식품을 사면 현금 포인트를 주며, 저당 식품을 개발하는 기업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데 부담금을 쓰자는 겁니다. 또 전국에 국립대 병원이 10곳인데 소아과 오프런, 응급실 뺑뺑이 등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들 병원을 서울대 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도 부담금을 쓰는 겁니다.”
Q : 국민이 똑같이 부담금을 내는데, 저소득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도 문제 아닌가요.
A : “재원이 충분하다면 고소득층에게도 혜택을 주면 좋겠지만, 재원이 한정되니 첨가당에 가장 취약한 저소득층·청소년부터 적용하고 점차 확대하자는 겁니다.”
Q : 설탕부담금으로 설탕값이 급등하면 식당 음식값 등 물가가 급등할 우려가 있지 않나요? 또 식당 음식이나 과일에도 당분이 들어있는데 부담금 대상 아닌가요?
A : “설탕 자체는 부담금 안 매겨요. 건강에 해로운 첨가당을 과도하게 식품에 넣는 경우만 매기니 설탕값이나 연관 물가는 오를 이유가 없어요. 식당 음식이나 동네 제과점 빵에도 부담금 안 매깁니다. 자율적으로 당분을 줄이게 유도하는 게 우선이죠. 또 과일에 든 당분은 자연당으로 섬유질과 함께 섭취하기에 유해도가 낮아 부담금 대상 아닙니다.”
Q : 국민은 ‘돈을 더 내라’는 네거티브보다 건강식품에 혜택을 주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당분을 규제하면 된다고 보지 않을까요?
A : “당분을 줄인 식품에 세제 인하 등의 혜택을 준다고 해봤자 기업 입장에선 첨가당 많은 식품 팔아 버는 돈이 훨씬 많다고 판단할 터라 효과가 미미할 겁니다. ‘속도 줄이면 자동차세 내려줄게’라고 한다고 과속 차량이 급감할까요. 과태료 물린다고 못 박아야 속도가 줍니다. 첨가당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에 해로운 건 소금, 기름진 음식, 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맞죠. 소금과 지방, 알코올, 심지어 게임도 장기적으론 부과 대상이라 봅니다. 다만 설탕이 건강에 가장 해롭고, 120개국이 이미 분담금을 매기고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해야 합니다.”
Q : 부담금이 정말 국민 건강에만 쓰일까요? 정부가 전용할 가능성을 국민은 걱정합니다.
A : “당연히 100% 건강에만 쓰여야죠. 부담금 대상과 목적, 방식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기업과 국민이 합의를 끌어내고 독립적인 위원회가 매년 부담금 용처와 금액을 결정하도록 합니다. 또 집행 내역을 1원 단위까지 공개하면서 독립적인 감사위원회에서 감사하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Q : 도입 시점은 언제쯤일까요?
A : “오는 6월 지방선거 직후 공론화에 들어가 타협점을 찾은 뒤 연내에 법안을 통과시켜 내년 말 안에 발효하면 좋겠습니다. (업계의 반발은 없나요?) 넉 달 전 토론회에 초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던 한국 식품협회 측이 이번엔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업계도 달라지고 있는 거죠.”
“진보도, 보수도 설탕부담금 찬성”
Q :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설탕 부담금이 정치적 이슈가 될 우려도 있지 않나요?
A : “철저히 보건 관점에서 탈정치적으로 접근할 문제입니다. 자체 조사를 해보니 우리 국민은 정파를 초월해 설탕 분담금에 찬성하고 있어요. 자신을 진보라고 규정한 응답자의 찬성률이 85.1%인데 보수란 응답자도 77.1%, 중도란 응답자도 78.6%로 대동소이합니다.”
Q : 어떻게 설탕 부담금 아이디어를 얻게 됐나요.
A :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건강 결정 요인은 유전이 5%, 의료가 10%, 습관이 30%고, 사회 환경이 55%에 달합니다. 개인적으로 노력해도 환경이 나쁘면 건강을 지키기 어렵죠. 내 환자 가운데 암에 걸린 40대 남성이 있는데 당뇨도 있어 설탕 섭취를 줄어야 하는데 이걸 너무 어려워하세요. 무직자라 형편이 어려우니 라면 같은 값싼 가공식품을 먹게 된다는 겁니다. 약을 처방해줄 수밖에 없으니 환자 개인의 의료비용은 물론 건보 재정도 악화되죠. 결국 달고 기름진 식품이 만연한 환경부터 바꿔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판단에서 8년 전부터 설탕 부담금을 거론하기 시작했죠.”
Q : 개인적인 배경도 있을 법한데요.
A : “전남 나주 출신인데 초등학교 3년 때 광주로 전학을 갔어요. 그때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일하며 저를 돌봐준 누님이 위암에 걸려 24세에 숨졌어요. 이불 뒤집어쓰고 울면서 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했어요. 84년 서울대 의대에 진학한 뒤 40대 암 환자를 돌보는 자원봉사를 하면서 호스피스 간호와 ‘웰다잉’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또 국립암센터에 근무할 때 담배를 끊지 못하는 환자들을 보고 박재갑 원장님과 함께 담배 부담금(일명 ‘담뱃세’)을 추진하면서 ‘사회 속의 의료’ ‘건강공동체’ 같은 개념을 정립하게 됐습니다. 그때 담배부담금 목표를 매년 1000원씩 올려 10000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열을 올렸는데 결과는 500원 인상에 그쳤어요. 그래도 담배 소비량이 절반으로 줄더군요. 그때 얻은 체험이 설탕 부담금 운동으로 이어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