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재판 제도의 기본 틀을 바꾸는 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겠다고 공식화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제(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사법개혁도 국민 눈높이에서 이른 시일 내 완수하겠다”며 “국민의 기본권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3대 개혁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말하는 3대 법안은 법원조직법 개정안(대법관 증원),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 도입), 형법 개정안(법왜곡죄 도입)이며 우선 처리 대상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이 법안들이 중요도에 비해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당 법안대로면 늘어나는 대법관 전부가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임명돼 ‘자기 사람 채우기’로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있다. 또 재판소원은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의 판결을 다시 보는 사실상의 ‘4심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법왜곡죄는 판사와 검사의 재판·수사 과정의 판단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헌법 전문가인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이 지난해 12월 정청래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법왜곡죄에 대해 “정말 부끄러운 문명국의 수치”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들 법안은 민주당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만큼 합의가 무르익지 않았고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더구나 민주당이 사법개혁 명분으로 내세우는 문제점 중 상당수는 정치적 사건의 재판 결과에 대한 불만에서 기인한 것이다. 정파에 따라 법원 판결에 다른 입장이 있을 수 있지만, 이것도 상소제도의 틀 안에서 다투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법부와 행정부를 장악한 정권이 입법으로 사법부를 압박하면 삼권분립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속도만이 능사가 아니다. 여당은 지난해 추석 연휴를 시한으로 정해놓고 통과시킨 검찰개혁 법안이 올해 10월 시행되지만, 수사기관 간의 혼선 등 논란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재판 제도는 한번 손대면 국민의 권리 구제 절차와 사건 처리 시스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이 국민 눈높이를 말한다면 설 명절 전에 법안을 급하게 처리하기보다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