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이스터섬 주민 '정부 주도 자결권 부여' 거부
투표서 87% 반대로 부결…"진정한 자치 모델 아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태평양에 있는 칠레령 이스터섬에서 원주민들이 정부 주도로 진행된 자치권 부여 입법안을 거부했다고 현지 일간 라테르세라와 엘메르쿠리오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파누이'(현지어로 이스터섬을 지칭) 지역 32개 씨족 연합 대표단인 호누이(Honui)는 성명에서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정부에서 제안한 자치정부 설립안에 대해 주민투표를 시행한 결과 90% 가까운 반대표가 쏟아졌다"라며 "이 결과는 분명한 정치적 신호이며, 우리는 관련 제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스터섬 원주민들은 그간 칠레 본토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요구해 왔다. 반정부 시위를 조직하거나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3월 취임해 다음 달 퇴임하는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8월 "국가가 라파누이 민족에게 지고 있는 역사적 빚을 갚기 위한" 조처로서 이스터섬을 발파라이소주(州)로부터 행정적으로 분리하는 한편 섬 안에 특별자치정부를 설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특별지역 개발 계획 수립 및 토지·문화유산 관리 권한을 원주민 중심 기구로 이관하는 것도 담겼다고 한다. 특별자치정부 내 핵심 의사결정권자 8명 중 6명은 이스터섬 원주민으로 구성하는 아이디어도 포함됐다.
호누이는 이에 대해 "자결권은 라파누이 민족의 진정한 합의를 통해 도출해, 자유롭게 정치적 지위와 발전 모델을 정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이번 반대 의결은, 광범위한 합의의 부재와 라파누이를 위한 제도 구축에 진정한 탈식민주의적 접근이 결여된 점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라테르세라는 전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투표 결과는 우리의 역사적 요구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없으며, 자치나 자치정부에 대한 거부로 비쳐서도 안 된다"라고 부연했다.
163㎢ 규모 면적의 이스터섬은 사람 얼굴 모양의 거대한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하다. 칠레 본토에서는 서울∼부산 거리의 약 9배인 3천800㎞가량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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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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