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뜨겁게 달군 ‘컬링 신드롬’ 주역 김은정(36·강릉시청)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기간 중앙일보 특별 해설위원으로 변신한다. 평창에서 ‘팀 킴’을 이끌며 은메달 드라마를 쓴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으로 후배들을 이끌어 ‘안경선배’라는 애칭을 얻었다. 지난해 6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해 밀라노행 티켓을 놓쳤지만, 스톤 대신 마이크를 잡고 한국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한다는 각오다.
김은정과 함께 들여다 볼 종목은 5일 예선 1차전을 치르는 믹스더블이다. 김선영(33·강릉시청)과 정영석(31·강원도청)이 호흡을 맞추는데 한국 선수단의 첫 번째 경기라 관심이 크다. 김은정을 3일 코르티나담페초의 컬링올림픽스타디움에서 만나 전망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은정 시점의 분석과 예측.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 신분으로 이곳을 찾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만, 어떤 역할로든 현장에서 올림픽을 맞이하는 기분은 특별하다. 경기를 뛰지 않는 나도 이런데, 하물며 선수들의 마음은 어떨까. 그것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출발을 알리는 첫 종목이니 그 부담감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라 본다.
4년마다 큰 관심을 받는 종목이지만, 여전히 컬링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컬링은 20㎏ 무게의 원형 돌(스톤)을 손으로 밀어 하우스라고 부르는 둥근 표적에 놓이게 하는 경기다. 치열한 몸싸움은 없지만,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일반 4인제 경기는 10엔드로 펼쳐진다. 엔드당 8개의 스톤을 던져 점수를 많이 얻는 쪽이 승리한다.
남녀 2명이 한 팀을 이루는 믹스더블은 총 8엔드, 6개의 스톤으로 진행한다. 초구 스톤은 전략적으로 미리 배치한다는 점도 차이다. 경기 시간도 4인제보다 짧아 박진감이 있다. 인원이 적은 만큼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는 체력이 필요한 스위핑(브룸으로 빙판을 쓸어내는 플레이)을 남자 선수가 맡고, 여자 선수가 전략을 짠다. 그런데 ‘선영석(이름이 연결돼 생긴 별명)’ 조합은 다르다. (김)선영이가 브룸을 잡고, (정)영석이가 작전을 세운다. 둘의 장점과 성향을 고려한 구성이다.
선영이는 리드(4인제에서 스위핑을 주로 하는 선수) 출신 답게 스위핑 기술이 뛰어나다. 스톤의 방향과 빙판의 상태를 잘 읽어낸다. 구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다. 체력 역시 으뜸이다. 함께 훈련하며 지켜본 영석이는 흔들림이 없다. 경기 도중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냉정하다.
두 선수 모두 내겐 애틋한 후배들이다. 선영이는 팀 킴에서 오랫동안 함께했다. 평소에도 경기 때처럼 우직하다. 영석이는 과묵하면서도 진중한 성격이라 믿음이 간다.
1차전 상대는 세계랭킹 4위의 스웨덴이다. 남매인 이사벨라 브라노(29)와 라스무스 브라노(32)가 짝을 이뤄 호흡이 좋다. 남매의 아버지 마츠 브라노(61)도 과거 국가대표 스킵으로 활약한 컬링 가족이다. 특히 오빠 라스무스는 남자 4인제 금메달과 은메달을 지닌 실력파다. 다음 상대는 개최국 이탈리아인데, 세계랭킹 2위로 역시 만만치 않다.
이따금씩 경험해 본 믹스더블은 4인제에 비해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경기 진행 속도가 빨라 당장의 플레이 뿐만 아니라 다음 스톤까지 예측해 놓아야 풀어가기 수월하다. 한국은 세계랭킹 12위라 높은 순위는 아니지만, 4강까지만 올라간다면 선영이와 영석이가 또 하나의 멋진 드라마를 쓰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