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내수시장 판매 1위였던 기아 ‘쏘렌토’는 올해 1월에도 왕좌를 지킨 반면, 현대차 ‘싼타페’는 톱10 자리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3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지난달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쏘렌토로, 총 8388대 팔렸다. 쏘렌토는 2024년 국내 판매 1위에 오른 뒤, 지난해 내수 판매 10만대를 돌파하며 2년 연속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쏘렌토 일부 인기 모델의 경우 출고 대기기간이 3~5개월 수준이라고 한다.
반면 같은 기간 싼타페 판매는 3379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연속 베스트셀링카 ‘톱10’에 들어가지 못했다. 현대차의 다른 SUV인 팰리세이드(4994대)·투싼(4269대)을 포함해, 세단인 아반떼(5244대)·쏘나타(5143대)·그랜저(5016대) 판매량에도 밀린다.
2023년 10월 쏘렌토(8777대)와 싼타페(8331대)의 판매량 차이는 446대에 불과했는데, 지난달엔 5009대까지 벌어졌다. 연간 판매량도 2023년 쏘렌토가 1만7337대 앞섰지만, 지난해엔 4만2113대 앞섰다. 격차가 2배 넘게 벌어진 것이다.
싼타페와 쏘렌토는 출시 때부터 ‘쌍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같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됐고, 가솔린 2.5 터보와 1.6 터보 하이브리드 등 주요 파워트레인 구성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3년 9월 현대차가 싼타페 완전 변경 5세대 모델을 출시하며 명암이 갈렸다.
박스형 디자인을 채택한 5세대 싼타페에는 현대차의 ‘H’를 재해석한 아이콘 요소가 곳곳에 담겼다. 전면에는 H자 형태의 헤드램프와 이를 좌우로 수평 연결하는 램프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후면 리어램프에도 H 디자인이 적용됐다.
하지만 H 아이콘을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뼈다귀 모양 같다” “도시락 가게 로고 같다”와 같은 혹평이 이어지며 ‘뼈타페’(뼈다귀+싼타페)란 별명까지 얻었다. 월 8000대가 넘던 싼타페의 판매량은 2024년 들어 500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계는 현대차가 올해 싼타페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트림 등 상품성 개선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다시 분위기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차량 소비자들이 새로운 디자인을 원한다고 하지만,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면 낯섦과 어색함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싼타페가 그런 경우고, 쏘렌토는 다른 기아 차량들과 디자인 언어가 유사해 익숙함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일 마주하는 자동차처럼 생활 속에 깊이 들어온 제품일수록 그 경향이 더 강하기 때문에 완성차 회사들이 콘셉트카로 시장 반응을 볼 때 일시적 열광을 그대로 믿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