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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속옷 벗기지 말라" 韓 심폐소생술 지침 논란…알고보니

중앙일보

2026.02.03 12:00 2026.02.03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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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과 대한심폐소생협회는 지난달 29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2025 개정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여성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환자의 속옷을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 자동 심장충격기(AED)를 사용하도록 한 심폐소생술 지침 개정을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환자라도 여성은 건드리지 말라는 뜻"이라며 반감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은 국제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韓 지침에 논란…개정 이유 보니

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발표된 '2025년 한국 심폐소생술 가이드라인'에는 여성 심정지 환자의 경우 브래지어(속옷)를 풀거나 제거하지 않고 가슴 부위를 피해 자동 심장충격기 패드(전극)를 부착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성 심정지 환자의 신체 노출과 접촉 우려를 고려한 문구다.

지난달 29일 질병관리청의 보도자료. "벗기지 말라"는 내용이 아니라 "풀거나 제거하지 않고"라는 표현이 담겼다. 사진 질병관리청
해당 내용이 알려지며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여성 눈치를 본 지침", "사람을 살리면 성범죄자가 된다는 뜻이냐"는 반발이 나오며 성별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질병청은 5년 만에 국내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세계적인 가이드라인 변화를 담았다고 설명한다. 각국에서 여성 심정지 환자가 신체 노출·접촉에 대한 부담 등으로 남성 심정지 환자보다 심폐소생술이나 제세동을 받을 확률이 낮게 나타났고, 이런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대응이 가이드라인 개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2023년 7월 국제학술지 '미국의학회지(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일본의 병원 밖 심정지 환자 35만4409명을 분석한 결과 아동기부터 고령기까지 전 연령대에서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제세동을 받을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침 개정에 참여했던 이창희 남서울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전문가 논의 과정에서 가장 고심했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정성필 대한심폐소생협회 가이드라인위원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한국만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10월 개정된 미국 가이드라인과 국제소생술교류위원회(ILCOR)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며 "신체 관련 우려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기보다 일단 제세동을 시도하는 편이 환자 생존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개정 지침의 자동심장충격기 패드(전극) 부착 위치. 사진 질병관리청
전문가들은 제세동 효과가 속옷 착용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개정 지침은 오른쪽 가슴 패드를 부착할 때 브래지어 한쪽을 살짝 들어 올려 쇄골 바로 아래에 놓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창희 교수는 "동물실험 결과 브래지어 속 와이어(철사)가 전기 충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보고됐다"라며 "속옷을 벗겼을 때와 벗기지 않았을 때 제세동 효과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속옷을 벗기지 말라'는 식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있었지만, 핵심은 벗겨도 되고 안 벗겨도 된다는 것"이라며 "구조 과정에서 불필요한 망설임을 줄여 구조를 신속하게 시도해달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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