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충북 청주시 충북도청 대회의실. 대형 스크린에 초등학생 김하준(13)군과 박지율(12)양이 만든 5~10분짜리 영상 자서전이 상영되자 참석자들의 갈채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는 초등학생이 만든 우수 영상 자서전을 소개하는 성과보고회였다. 충북도는 지난해 도내 22개교 2기 교육수료자 361명 중 김군 등 우수자 4명을 선발했다.
하준이는 좋아하는 가수와 자신의 꿈을 소개하고, 친할머니·친구를 인터뷰한 영상을 손수 제작했다. 지율양은 경찰관인 아빠에게 ‘가장 보람 있었던 때’를 묻거나, 엄마에게 ‘내가 태어났을 때 어땠는지’ 등을 인터뷰하는 영상을 선보였다. 지율양 아빠 박철희(46)씨는 “영상을 촬영하며 딸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며 “가족과의 추억을 영상으로 남길 수 있어서 뜻깊었다”고 말했다.
도민의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충북도 디지털 영상자서전 사업이 참여기관과 대상을 확대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사업은 인생 기록을 글이 아닌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다. 2022년 9월 ‘충북 영상자서전’ 유튜브 채널 개설을 시작으로, 첫해 127건을 시범 제작한 데 이어 지난해까지 누적 참여자가 3만380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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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부터 누적 3만3800건 기록
당초 충북노인종합복지관 중심이었던 콘텐트 제작을 충북과학기술혁신원 등 31개 기관으로 늘리고, 참여 대상도 70~80대 위주에서 전 연령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영상 제작과 섭외를 돕는 촬영서포터즈는 2023년 20여 명에서 500여 명으로 대폭 늘었다.
충북 영상자서전 채널에는 평범한 도민의 사연이 수두룩하다. 세쌍둥이 아빠의 하루, 20대 수영강사·청원경찰·화가 이야기, 베트남전쟁 참전용사의 기억, 기업을 일군 경험, 살아오면서 겪은 시련 등이다. 영상에는 주인과 가족이나 친구·동창 등이 남긴 응원 댓글이 달린다.
최고령 참여자는 괴산군 청천면에 사는 유순애(99) 할머니다. 그는 백수(白壽)를 한 해 앞둔 지난해 7월 ‘대한민국 최고령 워킹우먼’이란 제목의 영상자서전 주인공으로 나왔다. 집 마당과 마을 정자 등 청소를 시작으로 아침을 해 먹고, 주민 20~30명과 어울려 콩 고르기 같은 소일거리를 하는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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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서포터즈만 500명…"콘텐트 2차 활용할 것"
18세에 중매로 시집온 이야기, 먼저 떠난 두 아들을 생각하며 “(아들의)망일엔 재미가 없고, 가슴이 아프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상품권을 모아 딸과 손주들을 챙기는 게 낙”이라는 말도 전했다. 딸 정상화(59)씨는 “영상 전문가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잘 편집해 주셨다”며 “어머니 영상을 자주 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300여 명을 인터뷰해 영상 제작을 도운 채수덕(65)씨는 “자서전을 통해 많은 사람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것 같다”며 “위대한 사람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민초들의 삶도 나름의 의미가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청년서포터 백승현(40)씨는 “옛일을 회고하는 자서전에서 벗어나 청년 귀농 귀촌인의 목소리와 MZ 세대의 꿈과 결혼·취업에 대한 고민을 담는 식으로 자서전 범위를 확장했다”며 “영상을 보는 사람이 더 공감할 수 있도록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올해 영상자서전 제작과 함께 콘텐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주제·지역·직업·세대별 정리를 진행할 방침이다. 채승훈 충북영상자서전 총괄감독은 “지금까지 제작한 방대한 영상을 2차 예술 콘텐트나 학술 연구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마을의 역사와 특징을 소개하는 ‘마을 자서전’ 제작도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