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오는 6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고위급 회담을 할 예정인 가운데, 몇 주째 이어지고 있는 이란의 인터넷 차단 조치가 정권 내부의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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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아들 “인터넷 끊어도 해결 안 된다”…결정권 공방
영국 가디언은 최근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아들이자 정부 자문 역할을 맡은 유세프 페제시키안이 얼마 전 텔레그램을 통해 인터넷 제한 해제를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을 끊는다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시위) 영상 유출은 어차피 언젠가 직면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란 당국이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던 지난달 8일 인터넷과 국제전화 등을 차단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가디언은 해당 발언을 정권 내부 논쟁과 연결해 분석했다. 대통령과 사타르 하셰미 통신장관은 “열어야 한다”는 쪽에 가깝지만,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SNSC) 의장 등 안보 라인은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안보 라인'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달 18일 이란 국영TV가 해킹을 당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옛 왕정의 마지막 왕세자였던 레자 팔레비가 국민에게 봉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송출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을 '풀어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명분이다.
특정 이용자·기관에만 접속을 허용하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방식의 정책을 추진하는 등 완화 조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이 점이 문제다. 뉴욕타임스(NYT)는"온라인도 오프라인도 아닌 회색지대가 커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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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날아가는 518억원…경제가 균열 부추긴다
경제 문제는 내부 균열을 더 부추길 수 있다. 가디언은 인터넷 셧다운 비용을 하루 2000만 달러(약 288억원)로 추정했다가 지난달 28일엔 이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하루 3600만 달러(약 518억원) 규모로 상향했다. 인터넷이 막힐 경우 하루에 사라지는 돈의 추정치다. 온라인 결제·송금 등 전자상거래, 수출입 전자문서, 플랫폼 기반 영업 등에서 이만큼 손해를 본단 얘기다.
사회적 불안과 불만을 키우는 것도 당연지사다. 테헤란의 한 시민은 NYT에 "짧게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수명이 1년씩 줄어드는 것 같다"며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시위의 참상이 부분적으로 드러날수록 사회적 동요가 커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갈팡질팡하며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등 외국 개입으로 시위가 촉발됐다'는 식의 주장 역시 흠집이 났다. 틈새 접속이 오히려 확인되지 않은 사실, 그리고 당국이 원하지 않는 사실을 퍼뜨리는 데 촉매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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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파의 하메네이 퇴진 공개 요구…완충지대마저 흔들리나
이런 상황에서 1989년부터 권좌를 지키고 있는 하메네이를 직접 겨냥하는 흐름도 포착됐다. 유럽 전문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이란의 개혁파 정당 이슬람이란인민정당연합(UIIPP)을 이끄는 정치인 아자르 만수리는 지난달 11일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하메네이에게 권력을 내려놓고 물러날 것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페제시키안 대통령 역시 하메네이와 함께 이번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유락티브는 이란 당국의 저지로 만수리의 구상이 실현되진 못했다면서도 개혁파가 그동안 체제의 완충지대 역할을 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개혁파와의 결별은 이란 지도부로선 중요한 기둥 하나를 잃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매체는 이런 개혁파의 공개 반란이 미국의 군사적 압박이 커진 시점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이란 측과 회담을 한다면서도, 항공모함 링컨함 등 주요 전력을 이란 인근에 집결시켰다.
CNN은 미국과 이란의 힘겨루기에서 이란 국민만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꼬집었다. 테헤란의 한 시민은 CNN에 "미국과 이란 정부 모두 이란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으로 서로 공모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우리에게 좋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절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