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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가 근육맨'이 한국에 전한 메시지 "진정한 올림픽 정신요? 도전보단 사랑·화합"

중앙일보

2026.02.03 12:05 2026.02.0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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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당시 '통가 근육맨' 타우파토푸아. 영하 8도의 혹한에도 상반신을 노출한 채 입장했다. 밀라노에선 오륜기 기수로 나선다. AP=연합뉴스
"스포츠에서 도전 정신 만큼 멋진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네 번의 올림픽을 출전을 통해 사랑과 화합, 인류애 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서로 아껴주고 사랑해주세요, 여러분!"

동·하계 올림픽의 명물이자, 스포츠계 유명 인사인 '통가 근육맨' 피타 타우파토푸아(42)가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을 앞두고 중앙일보를 통해 한국 팬에게 전한 메시지다. 타우파토푸아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한우를 먹은 게 벌써 8년 전"이라며 "평생 잊지 못할 맛이었다. 시간 참 빠르다"고 인사했다. 타우파토푸아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세 차례 올림픽 개회식에서 웃통을 벗고 나와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오륜기 기수로 나선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2일(한국시간) 타우파토푸아를 비롯해 총 10명의 개회식 오륜기 기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타우파토푸아는 하계올림픽엔 태권도와 카누, 동계올림픽엔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출전했다. AP=연합뉴스
올림픽 정신을 가장 완벽하게 구현한 선수로 평가 받는 타우파토푸아. AP=연합뉴스
"올림픽의 의의는 승리가 아니라 참가에 있으며,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노력이다."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드 쿠베르탱 남작이 설파한 올림픽 정신이다. 타우파토푸아는 올림픽 정신을 완벽히 구현한 인물이었다. 인구 10만 명의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통가 출신인 그는 태권도 선수로 출전한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 개회식에서 상의를 벗고 우람한 근육을 드러내며 통가 기수로 입장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이후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땄고, 개회식에서 다시 상체를 드러낸 통가 전통 의상 투페누를 입고 개막식 기수로 등장했다. 키 1m90㎝ 체중 90㎏의 큰 체격에 코코넛 오일을 잔뜩 바른 근육질 몸매를 뽐냈다. 당시 영국 데일리 메일은 "타우파토푸아가 몸에 바른 기름은 통닭을 튀기고도 남을 양"이라고 묘사했다. 국내 팬은 '통가 근육남', 해외에선 '웃통을 벗은 통가인'으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타우파토푸아는 개회식을 앞두고 "추위 때문에 이번에는 벗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개회식 당일 영하 8도의 평창 강추위 속에 '깜짝 쇼'를 펼쳤다.

평창올림픽 당시 인터뷰 중 삼겹살 파티를 벌인 타우파토푸아(오른쪽). [중앙포토]
태권도 선수로 출전한 2020 도쿄 하계올림픽 개회식에서도 변함없이 번쩍거리는 근육을 드러낸 채 기수로 나섰다. 타우파토푸아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출전하려 했으나 통가의 해저화산 폭발 피해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2024 파리 하계올림픽에선 태권도와 카누 종목에 도전했다가 예선 탈락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곤 전 세계 팬들에게 기부를 받아 훈련비를 마련했다. 평창 대회를 앞두곤 한 번도 스키를 타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10세 어린이들과 스키를 배웠다.

"도전을 멈추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가 도전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다. 대회 직전 통가에선 대규모 해저 화산 폭발이 발생했다. 수도 누쿠알로파에서 북쪽으로 65㎞ 떨어진 하파이 섬 인근에서 치솟은 화산재는 직경 300㎞에 달했다. 화산재와 정전으로 낮에도 밤처럼 어두웠다. 호주에서 전지훈련 중이었던 타우파토푸아는 통가 통신이 두절되면서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타우파토푸아는 도전의 아이콘이다. AP=연합뉴스
타우파토푸아는 올림픽 도전을 멈췄다. 당시 그는 중앙일보에 "나는 위험한 상황을 면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사명은 단 한 가지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통가의 상황을 전 세계인에게 알리는 것"이라며 올림픽을 통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보다 중요한 것이 가족과 조국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도 어려움에 처한 통가를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세 차례 올림픽을 거치며 성숙해진 그는 이제 네 번째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타우파토푸아는 7일 이탈리아 밀라노 산시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회식에서 '마라톤 전설' 엘리우드 킵초게(케냐), 난민팀 역대 최초의 올림픽 메달리스트 신디 은감바, 인도주의 활동을 펼친 필리포 그란디, 니콜로 고보니(이상 이탈리아), 마리암 부카 하산(니이지리아), 올림픽 6개 메달을 딴 체조 선수 레베카 안드라드(브라질), 핵 군축 활동을 펼친 아키바 다다토시(일본) 전 히로시마 시장과 오륜기를 들고 입장한다. 이탈리아 최초의 크로스컨트리 스키 올림픽 챔피언인 프란코 노네스, 이탈리아 쇼트트랙 국가대표 마르티나 발체피나도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오륜기 기수로 나선다.



피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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