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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빠가 성폭행했잖아"…女신도 세뇌한 교회 장로 '무죄' 왜

중앙일보

2026.02.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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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교인에게 “친아버지로부터 성폭행당했다”는 거짓 기억을 주입해 허위 고소를 유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교회 장로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무고 혐의로 기소된 교회 장로이자 전직 검찰 수사관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A씨의 부인인 교회 권사와 집사도 무죄가 확정됐다.

앞서 A씨 등은 교인인 20대 세 자매에게 “친부로부터 4~5살때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당했다”는 거짓 기억을 심어주고 2019년 8월 자매로 하여금 친부를 성폭행 혐의로 허위 고소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다른 여성 신도에게 “외삼촌에게 성폭행당했다”는 기억을 주입해 허위 고소하게 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자매의 가족들이 이단 의혹을 제기하자 A씨가 이같은 일을 꾸몄다고 봤다. A씨 등은 평소 “신의 계시를 듣고 환상을 본다”거나 “천국을 가는 열쇠가 있다”, “아픈 곳을 치유해주거나 미래를 맞힐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교회 내에서 최고 ‘하나님의 대언자’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성적인 죄에 대한 회개를 강조하며 교인들을 상대로 수십 차례 ‘성 상담’을 진행했다.

1심에서는 A씨와 부인에게 징역 4년, 집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1심은 “사건의 피무고자는 4명, 고소 사실은 30건에 달한다”며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피무고자의 평생의 삶과 가정의 평안을 송두리째 망가뜨렸다”고 했다.



항소심 “의도적 허위 주입 아닌 확대·재생산일 가능성”

항소심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을 뒤집고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에서도 자매의 고소가 거짓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 사실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 진실”이라며 “피고인들이 진행한 성 상담 과정에서 유도, 암시 등에 의해 허위의 피해 기억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들이 자매에게 고의로 허위 기억을 주입한 증거는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피해 사실을 실제로 믿었거나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존재한다”며 “주변인들 역시 피해사실을 진실로 믿었던 정황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의 종교 성향과 신념, 왜곡된 성 가치관, 부적절한 상담 방식, 긴밀한 인적·종교적 신뢰관계 등을 언급하며 “A씨와 자매들이 상호작용하며 서로에게 잘못된 기억을 유도하고 이를 확대·재생산해 낸 결과라고 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A씨 등이 의도를 갖고 거짓 기억을 주입한 게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허위 기억이 형성됐을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에서 검찰 측 상고를 기각하며 A씨 등의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무고죄의 성립과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했다.







최서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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