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뇌전증 환자의 장기 경과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 결과, 5가지 유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유형 간에는 뇌파 등 임상적 차이가 뚜렷했다.
서울대병원 박경일·이상건·김영곤 교수, 이대목동병원 황성은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4일 공개했다.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의 전기 신호 이상으로 반복적인 발작이 일어나는 만성 신경질환이다. 환자마다 치료 반응과 장기적인 경과가 크게 다르다. 약물치료로 발작이 조절되기도 하지만, 치료에도 불구하고 발작이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발작 경과 차이를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2008~2020년 뇌전증 클리닉을 처음 찾은 환자 2586명을 대상으로 약 7.6년간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를 장기 추적했다. 발병 나이와 뇌전증 지속 기간, 발작 횟수, 혈액 검사, 뇌 MRI(자기공명영상) 결과 등 84개 변수를 AI로 분석했다. AI는 발작 여부만 단순히 구분하지 않고, 발작 빈도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기준으로 환자들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환자의 66.1%는 추적 관찰 마지막 1년 동안 발작이 없는 상태로 나타났다. 발병 나이가 많고, 질환이 지속한 기간이 짧을수록 발작이 조절될 가능성이 높은 편이었다. 혈액 응고와 관련된 단백질인 '피브리노겐' 수치도 장기적인 발작 상황과 연관성을 보였다.
특히 환자들의 구체적 유형이 5가지로 나뉘었다. 발작이 사라지는 경과를 보인 3개 그룹, 치료 이후에도 발작이 이어진 2개 그룹이 각각 확인됐다.
이들 유형은 뇌파 검사와 뇌 MRI 소견, 뇌전증 원인 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예를 들어 발작이 감소하거나 사라진 환자 중 '신속 관해군'에선 면역·감염과 연관된 뇌전증이 상대적으로 많이 포함됐다. 반면 발작이 이어지는 환자 가운데 '부분 반응군'에선 국소적인 뇌파 이상, 뇌종양이 연관된 경우가 많았다.
이번 뇌전증 분석은 뇌 영상·뇌파 소견 중심의 기존 분류에서 더 나아갔다는 의미를 갖는다. 다양한 임상 정보를 AI가 통합 분석하면서 환자 발작의 장기 경과를 시간적 변화에 따라 구분한 셈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최근호에 게재됐다. 박경일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전증 환자가 동일한 진단명을 받아도 서로 다른 장기적 경과가 존재한다는 걸 보여줬다"면서 "환자의 임상 경과를 이해하는 데 참고할 수 있는 분석 틀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