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융거래 확대로 은행 점포를 찾기 힘든 ‘금융 사막’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당국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수도권보다 지방에서, 청·장년층보다 고령층에서 금융 소외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에서다.
4일 금융위원회는 금융 현장메신저 간담회를 열고 다음 달부터 월부터 ‘은행 점포 폐쇄 대응방안’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금융소비자 현장메신저는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전달받아 금융 제도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만든 협의체다.
금융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은행 점포수는 14% 감소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5523개로, 2020년 9월(6427)개보다 904개 줄었다. 2019년 이후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하고 은행권이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와 지방 간 차이도 벌어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1㎢당 은행 점포 수는 전국 평균 1.25개였는데, 서울의 경우 4.23개에 달하는 반면 시·도 지역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부 2개 미만이었다.
은행까지 이동 거리도 지역별 차이가 컸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상위 10% 지역은 평균 134m를 이동하는 데 비해, 하위 10% 지역선 평균 4.8km 이동해야 했다. 금융위는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 지역은 인구 대비 점포 밀집도가 전국 평균을 하회하여 지역별 편차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거래 확대 등 금융서비스 이용방식이 달라진 데서 온 현상이다. 하나금융연구소의 ‘2026년 대한민국 금융소비자 트렌드’를 보면, 20~64세 금융소비자 5000명 중 ‘최근 6개월 내 은행 영업점 이용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9.1%에 그쳤다. 2022년 37.9% 이후 매년 감소세다.
당국은 우선 영업점 폐쇄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반경 1㎞ 안에 있는 점포를 통폐합할 경우 폐쇄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는 예외 사례로 인정했다. 이 경우 대체 수단 마련 등 금융 공백을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의무가 사라진다. 그 결과 2023년 5월~지난해 10월 중 폐쇄된 점포(314개) 중 203개(65%)가 인근 점포와 합병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경우에도 사전 영향평가와 지역 의견 수렴 등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점포를 대체할 수단도 늘린다. 청·장년층이 많은 도시에선 ITM·STM 등을 두 대 이상 보유한 ‘디지털 점포’도 대체 수단으로 인정한다. 또 폐쇄 점포 인근 복지관·주민센터 등에 이동 점포를 마련하고, 점포 폐쇄 시 휴대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오픈뱅킹·마이데이터 이용법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도록 한다. 이외에 전통시장뿐 아니라 관공서 등에도 은행 공동 ATM기를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광역시 외 지역에서 점포를 폐쇄할 경우 은행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당국은 지역 재투자 평가에서 비도심 지역 점포 폐쇄에 대한 감점을 확대할 방침이다. 지역 내 자금 공급, 중소기업·서민대출 지원, 금융 인프라 등을 평가하는 제도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지역경제 성장 지원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자체·지방교육청 금고 선정기준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