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수 920만명 달성, 미국 전국 투어 콘서트 58회 전석 매진, 미국·브라질·칠레·아르헨티나 롤라팔루자 공연…. 한국의 인디 밴드 ‘웨이브 투 어스(Wave to earth, 이하 웨어스)’가 지난 2년 간 이룬 성과다.
웨어스는 작사·작곡을 맡은 김다니엘(보컬·기타, 29), 신동규(드럼, 28), 차순종(베이스기타, 29)으로 구성된 밴드다. 활동 초기 서울 홍대 앞 소규모 라이브 클럽을 주 무대로 활동하던 웨어스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날 무렵인 2023년 태국의 베리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해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년 간 두 차례 월드 투어와 페스티벌 무대를 소화하며 107개의 해외 공연에서 20만 관객을 끌어들였다. 3년 전 30만명 수준이었던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 수는 어느새 아이유(440만명)의 기록을 훌쩍 넘겼다.
이젠 다시 국내 무대다. 오는 2월 27일부터 3일 간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여는 단독 콘서트 ‘사랑으로: 3.0’의 티켓을 1분 만에 매진시킨 이들을 최근 서울 이태원동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웨어스의 음악은 장르 면에서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대표곡 ‘배드(bad)’ ‘시즌스(seasons)’ ‘사랑으로’ 등이 그렇다. 겉으론 모던 록의 편성을 따르고 있지만 BPM 70~100대의 빠르지 않은 템포, 몽환적인 사운드의 조합은 어떤 장르의 카테고리에도 속하지 않는 듯 모호하다. 가사는 대부분 영어로 쓰였다. 김다니엘은 “좋은 노래는 뮤지션의 국적까지 따져가며 들을 필요가 없다”며 “우리가 한국인인 걸 모른 채 전 세계 사람들이 웨어스의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웨어스의 결성은 2018년. 고교 시절 함께 예배를 위한 밴드 음악을 연주하던 김다니엘과 신동규에, ‘베이스 잘 치는 친구’라는 소문을 듣고 특별 영입한 차순종이 합류하며 퍼즐이 완성됐다. 이듬해 데뷔 앨범 ‘웨이브(Wave)’가 나왔다. “처음 웨어스 완전체로 합주를 하는데 전율이 느껴졌어요. 그 날은 평소 쓰던 재즈 베이스 대신 팔려고 맘 먹었던 소울 풍의 베이스를 들고 갔는데, 웨어스의 음악적 결과 딱 맞았죠. 결국 원래 쓰던 재즈 기타를 팔았네요.”(차순종)
웨어스의 또 다른 매력은 라이브다. 차분한 음악임에도 “무대에 설 땐 록커의 심장을 장착한다”(김다니엘)고 한다. 격한 즉흥 연주를 하며 머리를 흔들거나 뛰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다니엘은 “앨범에서는 최대한 깔끔한 결과물을 들려주고 싶지만, 라이브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음악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새 표정이 ‘민달팽이를 만지는 것’처럼 일그러지면서 무대 위에서 방방 뛰고 있는 나와 멤버들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기회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날 때쯤 찾아왔다. 코로나 기간 온라인으로 웨어스의 음악을 접한 청중들 덕에 2023년 태국 베리페스티벌의 무대에 선 게 첫 시작이다.
“홍대 활동 땐 아무리 공연을 해도 관객을 늘리는 게 쉽지 않았어요. 전 공연에 스무 명이 왔어도, 다음 공연엔 또 다른 스무 명이 오고…. 되돌이표였죠. 한계를 느끼던 차에 태국 페스티벌 기획 측에서 섭외가 왔어요.”(김다니엘)
“프로모터에게 우리의 해외 진출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비쳤어요. 공연 땐 태국어 인사말을 공부해서 올라가고, 태국 현지 아티스트와 콜라보레이션 할 기회도 만들었죠. 돌아올 땐 2000석 규모 단독 콘서트 약속까지 잡았습니다.”(차순종)
아무리 ‘K’ 브랜드가 이름을 알릴 때라지만, 무명의 인디 밴드가 해외로 진출하는 건 쉽지 않았다. 멤버들은 직접 소개용 PPT 자료를 만들고 공연 기획자들에게 이메일을 돌리며 ‘셀프 홍보’에 나섰다. 답장이 없을 땐 직접 기획자 SNS에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 공연을 열어달라고 설득했다. 그렇게 성사된 2023년의 첫 미국 투어는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매진됐다.
“UC버클리 대학 근처의 공연장이 첫 공연이었어요. 공연 시작 전 틀어둔 우리 음악을 들으며 관객들이 떼창을 할 때부터 감동이었죠. 그 날 멤버들 많이 울었습니다. 공연 회차도 15회에서 22회로 순식간에 늘었죠. 콘서트로 음악이 소문난 덕분인지 30만명 수준이었던 스포티파이 월간 청취자가 투어가 끝날 쯤엔 600만명까지 늘어있더라고요.”(차순종)
지난해엔 그야말로 ‘포텐’이 터졌다. 뮤지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음악 축제 롤라팔루자 공연은 물론 월드 투어로 미국·유럽 등의 전세계 관객을 만났다.
이들의 올해 과제는 웨어스의 ‘역수입’이다. 공연과 정규앨범 발매로 국내에서 이름을 알리는 게 목표다.
“한동안 한국 콘서트를 안 했어요. 올해 공연에 목숨 걸어야죠.”(김다니엘)
“공연에선 그간 냈던 앨범 곡들을 모두 들려드릴 예정이에요. 그리고 올해 낼 정규 앨범엔 다니엘뿐만 아니라 제 자작곡도 함께 앨범에 들어갈 겁니다. 뉴 버전의 웨어스도 기대해주세요.”(차순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