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4일 류희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에 대해 “민원사주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곤란하지만,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국회가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한 지 약 11개월 만이다. 이번 감사 결과는 지난해 7월 민원사주 혐의(업무방해)에 대해 한 차례 불송치했다가 검찰의 요청으로 이뤄지고 있는 경찰 재수사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류 전 위원장은 방심위원장이던 2023년 9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2022년 3월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과거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내용)를 인용 보도한 JTBC·KBS·MBC·YTN 등에 대한 6차례 심의에 참여해 허위보도와 정치적 중립 위반 등의 이유로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하지만 그 무렵 해당 안건 심의가 류 전 위원장의 가족·친지·지인 등의 민원에 따른 것이란 의혹이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과 내부 제보로 제기됐다. 류 전 위원장이 정권에 충성하기 위해 가족·친지·지인에게 민원을 하도록 사주했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감사원은 류 전 위원장과 민원인, 당시 방심위 직원들을 대상으로 대면·서면 조사와 PC 디지털포렌식 등을 벌인 결과 “류 전 위원장의 가족·지인 등이 동일시간대에 유사한 내용의 민원을 일시에 제기하는 등 민원사주 정황이 확인됐으나, 류 전 위원장이 이 민원을 사주했다는 진술이나 물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아 민원사주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감사원은 “류 전 위원장이 자기 아들의 민원 제기 사실을 인지하고도 해당 안건에 대한 심의·의결에 참여한 것은 이해충돌방지법 5조 1항 위반”이라며 “류 전 위원장에게 과태료 부과(최대 2000만원) 처분이 이뤄지도록 관할법원에 통보하도록 방심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류 전 위원장이 2023년 9~12월에는 민원인 중 쌍둥이 동생이 있다는 점을 보고받은 뒤 실제 동생이 민원을 취하했고, 방심위 직원이 내부망에 류 전 위원장의 사적 이해관계인들이 민원인이라는 이유로 이해충돌을 지적하는 글을 올린 뒤에도 민원인이 누구인지 특정되지 않아 몰랐을 수 있다며 이해충돌 소지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2023년 12월 아들·동서·처제 등이 민원인이라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뒤에는 이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관련 회의에 참여해 과징금 처분을 확정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지난해 해당 방송사에 대한 방심위의 과징금 처분을 줄줄이 취소해 왔다.
감사원은 또 방심위가 민원사주 의혹이 제기된 뒤 해당 사건에 대한 자체감사를 부실하게 수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류 전 위원장이 자신을 비판하거나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를 한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 조치 등으로 보복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진술과 물적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고, 위법성이 확인되지 않아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다.
반면, 경찰은 지난해 7월 불이익 조치에 대해선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류 전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 사의를 표명하고, 같은 해 6월 3일 해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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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숙 신임 감사위원 취임
한편, 감사원은 지난 3일 임선숙 전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임명안 재가를 거쳐 신임 감사위원에 임명됐다고 4일 공지했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의 부인인 임 감사위원은 지난해 6·3 대선 기간 민주당 선거대책위에서 김혜경 여사를 보좌하는 배우자실장으로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