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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 첫 아카데미 후보 ‘에릭 오’ 감독이 제주에 온 이유

중앙일보

2026.02.03 22:34 2026.02.0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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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한 편의 그림으로 바라보게”

에릭 오 감독이 지난 1일 제주시 애월읍 복합문화공간 하우스오브레퓨즈에서 ‘감독과의 만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작품 '오페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애니메이션같은 영상 매체를 주로 다루지만, 이번 전시를 관객이 한 편의 그림처럼 받아들이는 연출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1일 오후 3시 제주시 애월읍 복합문화공간 ‘하우스오브레퓨즈’의 지하 전시장. 숲속 한가운데 들어선 건물 한켠의 어둠속에서 낮고 묵직한 음향이 흐른다. 벽과 천장, 바닥을 가득 채운 빛과 그림자, 이미지들이 무한 반복한다.



벽과 바닥, 때로는 천장 응시하며 몰입

에릭 오 감독이 지난 1일 제주시 애월읍 복합문화공간 하우스오브레퓨즈에서 ‘감독과의 만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최충일 기자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던 ‘오페라’(Opera)의 창작자 에릭 오(한국이름 오수형) 감독이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제주서 관객과 직접 만났다. ‘O : 에릭 오 레트로스펙티브’ 라는 전시를 통해서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작 ‘오페라’를 비롯한 8가지 작품이 설치됐다. 섬(Island), 만찬(Supper), 저울(Libra), 코로나(Corona) 등으로 이름 붙여진 각각의 작품들은 러닝타임 5분 내외의 영상을 중심으로 설치했다. 미디어아트용 프로젝터(영사기)를 쏴 건물 벽이나 오브제를 통해 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이다. 작품에 따라 천이나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하기도 했다. 관객은 벽과 바닥, 때로는 천장을 응시하며 걷고 서고를 반복했다. 그 사이 오 감독은 작품에 직접 뛰어들어 이야기를 풀어냈다.



“외딴곳 지하에서…펼쳐지게 의도”

에릭 오 감독이 지난 1일 제주시 애월읍 복합문화공간 하우스오브레퓨즈에서 ‘감독과의 만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최충일 기자
그는 우선 왜 제주에서 열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오늘 오신 분들은 다 느끼셨을 거에요. 외딴곳에서 이런 공간이 열리고, 지하로 내려오자 폐허 혹은 유적지같은 공간이 펼쳐지는 것 모두 다 의도가 있었거든요.” 그는 이어 “제주는 이런 문명과 자연, 순환과 고립이라는 ‘오페라’의 주제를 입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라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마치 우주의 근원으로 가는 동선처럼”

에릭 오 감독이 지난 1일 제주시 애월읍 복합문화공간 하우스오브레퓨즈에서 ‘감독과의 만남’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감품 '오페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충일 기자
그는 각각의 작품을 연출하며 하나의 큰 작품이 되길 원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하 전시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작품같았다. “마치 인간이 우주의 심연 혹은 근원으로 다가가는 동선을 연출했어요. 오페라에 다가가기 전에 볼 수 있는 작품 ‘오리진’(Origin)을 구성하는 우물과 하늘에 생명탄생과 우주적 요소를 입체적으로 연출한 것도 이런 의도입니다.”라고. 오리진은 오페라 이후에 제작한 프리퀄격인 연작이다.



‘오페라’ 한국 애니 첫 아카데미 후보

에릭 오 감독이 지난 1일 제주시 애월읍 복합문화공간 하우스오브레퓨즈에서 ‘감독과의 만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작품은 오르빗. 최충일 기자
이번 전시의 중심인 ‘오페라’는 인간 문명과 사회 구조를 상징적인 이미지로 압축한 작품이다. 작품 대부분을 일일이 손으로 그려 제작에 4년이 걸렸다. 오페라는 2021년 한국 애니메이션 중 처음으로 아카데미상(제93회)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김영 미루픽쳐스 대표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존재감을 국제적으로 각인한 명작의 설명을 감독에게 들을 수 있는 기회라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며 “작품이 제주의 과거·현재·미래 가치와 잘 어우러지는 느낌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차기작에도 영향...제주서 또 만나길”

에릭 오 감독이 지난 1일 제주시 애월읍 복합문화공간 하우스오브레퓨즈에서 ‘감독과의 만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최충일 기자
서울대 서양화과 출신인 에릭 오 감독은 7년간 픽사(PIXAR)의 애니메이터로 활동했다. ‘인사이드 아웃’(2015), ‘도리를 찾아서’(2016) 등 글로벌 흥행작에 참여했다. ‘도리를 찾아서’의 문어 캐릭터 행크를 창조해 ‘행크 아빠’란 애칭을 이때 얻었다. 2016년 퇴사해 독자 작업에 집중하며 국제 영화제 등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오 감독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생 자체가 이번 전시 전후로 갈릴 것 같습니다. 저의 세계가 확장했고, 차기 작품에도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관객과 또 만나길 고대합니다.”라고 마무리했다. 이 전시 오는 3월까지 이어진다.





최충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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