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피뎀, 인슐린, 모르핀…. 졸음·주의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어 운전할 때 반드시 피해야 할 의약품 성분들이다. 대한약사회가 '약물 운전' 예방을 위해 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386개 약 성분을 자체 분류해 회원 약국들에 안내했다고 4일 밝혔다. 정부엔 운전 관련 의약품 공식 가이드라인 등 빠른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이번 분류는 최면진정제인 졸피뎀을 비롯한 약 복용 후 운전 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약물 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4월부터 시행되는 데 따른 선제적 조치다. 앞서 지난해 6월 개그맨 이경규가 공황장애약과 감기약을 복용한 뒤 다른 사람 차량을 운전하는 등 약물 운전 사례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약사회는 운전 시 주의가 필요한 386개 성분을 4단계로 나눴다. 가장 낮은 단순주의(3개)부터 운전주의(166개), 운전위험(119개), 운전금지(98개)로 점차 올라가는 식이다. 이러한 '운전 주의 의약품' 리스트는 지난달 말 작성돼 약국들에 공유됐다.
복용 후 운전을 하지 않아야 하는 운전금지 성분에는 졸피뎀·미다졸람·프로포폴(최면진정제)과 인슐린(당뇨 치료제), 모르핀·펜타닐(마약성 진통제), 디펜히드라민(항히스타민제), 에페드린염산염(기침·감기약) 등이 포함됐다. 약사회 관계자는 "각 약국에서 이들 성분의 복약지도를 할 때 운전 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좀 더 챙겨달라는 의미가 담겼다"고 말했다.
약사회는 "복용 약물의 작용과 개인별 반응에 차이가 있는 만큼, 특정 약을 일률적으로 운전 금지약으로 단정하기보단 졸림·어지럼증·시야 흐림·집중력 저하 등 자각 증상이 있을 때 운전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운전 전에는 본인이 복용 중인 약의 주의사항을 스스로 확인하고, 필요할 땐 약사와 상담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이번 리스트는 약국에서 참고하는 임시 지침으로, 법적 기준이나 행정상 의무 규정에 따른 자료는 아니다. 약사회는 이를 토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경찰청에 운전 관련 의약품에 대한 공식 가이드라인과 표준 목록 마련을 요청했다.
특히 식약처엔 전문의약품 중 졸음이나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품목을 정리해서 공유해달라고 건의했다. 일반의약품 외부 포장엔 '복용 후 운전하면 안 됨', '졸음 주의' 같은 경고 문구를 명확히 표기하는 쪽으로 표시·기재사항 개선을 검토해달라고도 밝혔다.
약사회는 "약물 운전 예방은 약사·의사·정부·운전자 모두가 함께 책임을 나눠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물 운전 경고 문구 같은 의약품 표시 기재 개선 등은 검토해야 할 내용이 많다"면서 "관계 부처, 의료계·약사회 등과 시간을 두고 충분히 논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