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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말리닌은 인간 한계를 넘어 '5회전의 신'이 될까

중앙일보

2026.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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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피겨 남자 싱글 선수 일리야 말리닌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 일리야 말리닌(21·미국)은 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이어진 플래시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 대회에서 퀸튜플(5회전) 점프를 뛸지’ 묻는 취재진에 “뛸 수도 있고 안 뛸 수도 있다. 고민 중이지만 준비돼 있다. 타이밍만 맞는다면 시도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피겨의 5회전 점프는 인간 한계의 경계선상에 놓인 기술이다.

미국 피겨 남자 싱글 선수 일리야 말리닌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말리닌의 별명은 ‘쿼드 갓(4회전의 신)’이다. 피겨의 7가지 점프 중 연결 점프로 쓰는 오일러를 뺀 6가지(살코·토·토루프·플립·러츠·악셀)를 실전에서 모두 구사한다. 그중 반 바퀴를 더 도는, 즉 4.5회전의 쿼드러플 악셀 점프는 인류 가운데 유일하게 뛴 선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5회전 점프는 차원이 전혀 다른 얘기다.

피겨 선수 점프의 물리적 비교

피겨 선수의 점프는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높이 오래 뛰는 경우와 빨리 회전하는 경우다. 현역 시절 ‘피겨 퀸’ 김연아(은퇴)가 전자다. 흔치 않다. 같은 점프라도 김연아는 체공 시간과 비거리가 길다. 점프 직전 활주 스피드를 줄이지 않는 덕분이다. 다른 대부분의 선수는 점프 직전 활주 스피드를 줄인다. 대신 준비 단계부터 몸을 틀어 회전 속도를 높인다. 김연아가 같은 점프를 뛰고도 높은 예술성으로 가산점을 받았던 비결이다. 다만 체공 시간과 비거리가 길면 착지 때 충격이 크다. 고질적 발목 부상의 배경이다.

2018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피겨 여자 싱글에 출전한 김연아가 경기를 앞두고 훈련하는 모습. [뉴시스]

공중에서 5회전, 즉 1800도를 돌려면 훨씬 높이, 오래 뛰어 올라야 하고 동시에 더 빨리 돌아야 한다. 말리닌은 4회전 악셀(4.5회전) 점프 때 65~70㎝ 높이에서 0.7~0.75초 간 머문다. 동시에 400~450rpm(분당 회전수)으로 돈다. 반 바퀴 더 도는 5회전 점프(살코 기준)에 성공하려면 70㎝ 이상 뛰어 0.05초 이상 더 머물러야 한다. 게다가 480~520rpm으로 돌아야 한다. 헬기의 로터 회전 속도와 맞먹는다. 6가지 점프 중에서는 엣지를 활용해 회전력을 얻기 좋은 살코 점프나 토로 찍어 뛰기 때문에 체공 시간이 긴 토루프 점프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피겨 남자 싱글 선수 일리야 말리닌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래퍼 스눕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말리닌은 몸을 가능한 한 중심축에 붙여 일자로 만들기 때문에 같은 힘(운동량)으로도 빨리 회전할 수 있다. 다만 생체 역학적으로는 한계치에 가깝다. 전문가들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쉽지 않을 거란 뜻이다. 말리닌의 5회전 점프 시도가 ‘인간 한계에 대한 도전’으로 불리는 이유다.

장혜수 스포츠선임기자



장혜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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