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화폐(코인) 시세를 조종해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코인업체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24년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첫 법적 판단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4부(부장 이정희)는 4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코인업체 대표 이모(35)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8억4656만원을 선고했다. 공범 강모(30)씨에 대해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재판에 성실하게 임했고, 보석 전 구속 상태로 재판받아온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씨 등이 2024년 7~10월 코인 거래량을 부풀려 시세를 높이는 수법으로 약 7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했다. 이씨 등은 하루 평균 16만개가량 거래되던 코인을 15배에 달하는 약 245만개로 거래량을 부풀린 뒤 이 가운데 122만개를 순매도해 약 71억원의 수익을 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 등은 마치 코인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 잘못 알게 함과 동시에 그 시세를 상승시키면서 코인을 매도한 정황이 뚜렷하다”며 “이러한 행위는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 기능을 방해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시세를 상승시키기 위해 범행을 기획·주도하고 계획적이고 대담하게 범행을 저질렀는데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해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주장한 약 71억원의 부당 이득에 대해서는 이유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부당이득이 어떤 방식으로 산정됐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액수불상의 부당이득을 취한 점만 유죄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