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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한구도 빈손 귀국...‘수 주’ 안 현실화 관보 게재, 발효시점 미루기 관건으로

중앙일보

2026.02.04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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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뉴스1
정부가 미국의 관세 재인상을 막기 위해 연이어 고위급 당국자를 워싱턴 DC로 보내 설득전에 나섰으나, 미국의 기류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미국이 관세율 인상을 위한 연방 관보 게재는 사실상 시간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정부도 ‘게재 저지’에서 ‘실제 발효 시점 유예’ 등을 통한 시간 벌기로 대응의 무게 중심을 옮기는 분위기다.

지난달 29일 방미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결국 카운터파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USTR)를 만나지 못한 채 3일(현지시각) 귀국길에 올랐다. 미 측은 인도와의 관세 협의 등을 이유로 일정을 내주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여 본부장은 릭 스위처 부대표를 만났다.

여 본부장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보 게재 절차에 대해 미 부처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미국 측이 우리의 시스템이 (자신들과) 다른 부분을 이해 못 한 부분이 있는데 앞으로도 대미 접촉을 계속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 미 정부 실무선에서 문안 작업은 이미 완료됐다고 한다. 여 본부장의 발언은 이를 토대로 상무부, 법무부, 무역대표부 등 관계 부처간 조율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먼저 방미해 지난달 31일 귀국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에 이어 여 본부장도 구체적인 성과는 내지 못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상황과 합의 이행 의지 등을 충분히 설명했다”면서도 “미국 측이 오해를 한 부분이 완벽하게 해소된 상황은 아닌 건 맞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 국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입법 상황을 문제 삼아 한국산 자동차 및 상호관세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행정적으로 공식화하는 절차가 관보 게재다.
미국 측과 통상 현안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간의 양자 회담에서도 미 측의 입장 변화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양국이 회담 직후 내놓은 보도자료는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외교부는 “조 장관이 한·미 간 관세 합의와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한 우리의 국내적 노력을 설명했다”고 부각했지만, 이에 대한 루비오 장관의 입장은 담지 않았다. 미 국무부 자료엔 관세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빠졌다.

대신 국무부는 “양측은 원자력 발전, 원자력 추진 잠수함(핵잠), 조선업 그리고 미국의 핵심 산업 재건을 위한 대한민국의 투자 확대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만 밝혔다. 한 소식통은 “결국 한국의 국내 사정은 논외의 문제이고, 대미 투자나 빨리 이행하란 게 미국의 입장인 셈”이라며 “다만 관세 재협상 국면에서 안보 협상 합의물인 핵잠 도입 등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정도가 수확이라면 수확”이라고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국무부 청사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내부에서도 미국의 관보 게재 절차가 이미 실행 단계에 진입한 만큼 이를 되돌리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가 이미 관세 인상을 공언한 마당에 주변 관료들이 이에 제동을 걸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여권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참모들도 결국 ‘미생(未生)’ 아니겠나”며 “실무진으로서 일단 이행 절차를 밟지 않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측은 당초 지난달 26일 트럼프의 관세 재인상 발언 직후 관보 초안 마련 사실을 우리 정부에 통보하며 실행 시점을 “수주 이내(matter of weeks)”로 표현했다고 한다. 애초부터 한국의 대미 투자법 처리 여부나 우리 정부의 추가적인 설득 노력과 무관하게 미국의 행정적 절차는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트럼프의 발언 이후 이미 8일이 지난 만큼 관보 개재는 사실상 초읽기에 돌입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정부의 전략도 ‘발효 시점 지연’이라는 차선책을 찾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관보 게재 자체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 된 만큼 실제 관세 적용 시점을 뒤로 늦추는 게 가능하다면 입법과 후속 협상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관련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관보 게재가 조만간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여러 단서를 덧대 조건부 시행으로 만들 수가 있다”며 “발효 시점을 따로 명기한다거나 ‘대미투자법이 처리되면 다시 관세를 인하한다’ 등 문구를 만들기 나름”이라고 했다.




윤지원.안효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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