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026시즌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10개 구단 가운데 외국인 원투펀치를 가장 잘 데려온 구단으로 롯데 자이언츠를 꼽고 있다. 일본프로야구 경험을 가진 제레미 비슬리와 엘빈 로드리게스는 타 구단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외국인 투수 조합이다.
혹자들은 ‘설레발’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구단들의 최상위 리스트에 있었던 선수들을 롯데가 심혈을 기울여서 데려왔다. 현지에 상주하는 외국인 스카우트를 2명 보강했고 최근 몇년 동안 사라지다시피 했던 외국인 선수 네트워크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비슬리와 로드리게스를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두 선수 모두 일본프로야구 경험을 갖고 있다. 아시아 야구를 낯설어 하지 않는다. 비슬리와 로드리게스 모두 점심으로 제공되는 케이터링의 한식과 컵라면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동료 투수 나균안은 이전 외국인 선수들과 다른 느낌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확실히 아시아 무대를 경험했다는 게 느껴진다. 다른 외국인 선수와는 다르게 여유가 있다”라면서 “새 외국인 선수들에게 팀워크를 위해 투수진 훈련 때 빠지지 말고 함께하자고 했는데, 흔쾌히 응했다. 또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려는 모습이 보여서 좋았다”고 새 외국인 투수들의 적응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로드리게스는 현지 기상 사정으로 비행기가 취소되면서 두 번째 훈련 턴부터 합류해 아직 적응을 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비슬리는 훈련 첫 날부터 국내 선수들과 호흡하면서 빠르게 적응을 해 나가고 있다.
아시아 무대를 경험했다는 것을 생활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모자를 벗고 인사하고, 불펜 피칭 때 역투가 되거나 폭투가 나오게 되면 포수에게 미안한 제스처로 취한다. 직전 3시즌 동안 일본프로야구를 경험했던 비슬리는 자신도 모르게 일본어를 하곤 했다. 동료들이 다시 한국어로 가르쳐 주면 곧잘 따라하며 적응을 해 나가려고 한다.
무엇보다 비슬리는 현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외국인 선수였다. 일본 최고 명문이자 열성으로는 일본 최고로 꼽히는 한신 타이거즈에서 3시즌 활약했다. 2023년 데뷔해 18경기(6선발) 41이닝 1승 2패 평균자책점 2.20, WHIP 1.17으로 연착륙 했다. 이 해 한신이 38년 만에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2024년에는 14경기 76⅔이닝 8승 3패 75탈삼진 평균자책점 2.47, WHIP 1.00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는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다. 한신이 센트럴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1군 8경기(6선발) 29⅓이닝 1승 3패 평균자책점 4.60, WHIP 1.60에 그쳤다. 2군에서 주로 뛰었고 15경기 77⅓이닝 5승 4패 평균자책점 2.21, WHIP 1.14의 성적을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 1군 통산 40경기(25선발) 147이닝 10승 8패 평균자책점 2.82, WHIP 1.17의 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3시즌 동안 한신 팬들을 홀렸다. 지난 3일, 일본 매체 ‘코코카라 넥스트’는 ‘비슬리는 최근 3년 만에 한신에서 전력 외로 분류됐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투지를 앞세운 투구가 인상적인 외국인 투수였고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헌신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앞서 일본 ‘데일리 스포츠’도 지난해를 끝으로 한신을 떠난 외국인 선수들을 조명하며 비슬리에 대해 ‘늘 미소를 잃지 않는 밝은 성격으로 2군 투수진을 이끌며 젊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한신에서 호흡을 맞췄던 카네무라 사토루 투수 총괄 코디네이터는 “굉장한 선수다. 연습 하는 것을 보면 아시겠지만 리더십을 갖춘 선수다. ‘나를 따르라’는 자세를 보여준다. 실력에 관해서는 제가 이미 잘 알고 있다. 거꾸로 ‘노 터치’ 할 것이다”며 비슬리의 역량을 보증했다.
그러면서 로드리게스와 비슬리는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카네무라 총괄이다. 그는 “두 선수에게 ‘폰세처럼 되자’고 했다. 폰세급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8년 연속 가을야구 무산의 잔혹사, 지난해 12연패 후 3위에서 추락한 치욕의 역사들을 비슬리, 그리고 로드리게스가 치유해낼 수 있을까.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