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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대 노모 상해치사 혐의 형제 1심 무죄…‘학대’만 징역형 집행유예

중앙일보

2026.02.04 02:27 2026.02.04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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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재산 배분 문제로 90대 노모를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형제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들의 폭행이 노모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는 존속상해치사 및 노인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첫째 아들 장모(70)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둘째 아들 장모(68)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이들에게 사회봉사 160시간과 3년간 노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장씨 형제는 어머니 A씨(당시 95세)가 셋째 아들과 며느리 등에게 재산을 증여한 사실을 알고, 지난해 4월 A씨 집을 찾아가 자신들에게 다시 분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거절했다. 이 과정에서 장남 장씨는 A씨가 신고 있던 양말을 A씨 입에 욱여넣고 손으로 A씨의 이마와 양턱 등을 강하게 누르거나 쿠션으로 어깨 머리 등을 수차례 가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존속상해치사)로 기소됐다. 또 차남 장씨도 A씨의 손을 누르는 등 폭행에 일부 가담하고, 나중에 피해자의 상태를 알고도 119 등에 신고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존속유기치사)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장씨 형제의 존속상해치사와 존속유기치사 혐의 모두를 인정하지 않았다. 첫째 아들이 A씨를 폭행해 상해가 발생했지만, 사망의 직접적은 원인으로 인정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둘째 아들이 A씨를 방치 사망에 이르게 할 이유도 없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법적으로 증여에 대한 취소 방법이 없어 피해자가 막내아들에게 ‘재산을 피고인들에게 나눠줘라’는 취지로 얘기하길 바랐던 것 같다”며 “피해자가 생존해야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피고인들이 (뇌출혈을) 인식하고도 이를 방치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2024년 8월부터 10월 사이 장씨 형제가 A씨에게 재산을 재분배해 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총 3회에 걸쳐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면서 위협해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노인복지법 위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자신의 부모 자산을 증여받아 상당한 재산을 갖고 있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막냇동생 것을 원상 복구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고령으로 질병을 앓고 있는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고 수차례 정서적 학대를 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자 사망에 대한 형사 책임을 귀속시킬 수는 없으나 결과만으로 두고 보면 피고인들의 행위가 신체 건강 악화 및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남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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