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여제’ 린지 본(42·미국)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출정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번 대회 첫 경기를 불과 열흘 정도 앞둔 지난달 30일.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알파인 여자 활강 경기 도중 착지 과정에서 넘어져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쳤다. 헬기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검진 결과는 전방 십자인대 완전 파열. 골타박상과 반월상연골 손상 진단도 나왔다. 일각에선 본의 불참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기도 했지만, 본은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 얼마 뒤인 지난 3일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릎 상태는 안정적이며 힘이 있다고 느낀다. 무릎이 붓지 않았고 보호대 도움을 받으면 8일 경기에도 나설 수 있다”고 출격을 알렸다.
본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활강 금메달리스트다. 2018년 평창 대회에선 활강 동메달을 따낸 뒤 2019년 은퇴했다가 5년 뒤 복귀했다. 그 사이 무릎에 티타늄 인공관절을 넣는 수술을 받았는데도 올 시즌 FIS 월드컵에서 우승 2회, 준우승 2회, 3위 3회 등의 성적을 내는 기적을 썼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4일 본과 관련된 특별한 소식을 전했다. 바로 본의 이름을 딴 피자가 스키어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뉴스. 코르티나담페초의 한 식당(친퀘 토리)에서였다.
조직위원회는 “피자에 자신의 이름이 붙는 영광을 누리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마르게리타 디 사보이아 여왕은 19세기 나폴리에서 이 전통 요리가 탄생했을 당시 이러한 특권을 누렸다”면서 “100여 년이 지난 지금, 몇몇 올림픽 챔피언들의 이름 또한 이탈리아 피자 가게 메뉴에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은 이 식당의 단골손님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여자 경기가 자주 열리는 덕분이다. 이곳 주인인 프란체스코 게디나의 배려도 세심하게 작용했다. 스키 선수 출신인 게디나는 본이 올 때면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평소보다 일찍 가게 문을 연다. 그러면 본은 강아지와 함께 재빨리 마르게리타 피자를 먹은 뒤 슬로프로 돌아간다. 이제는 따로 인사하지 않아도 호흡이 맞을 정도다.
게디나는 본을 위해 이 피자의 이름을 아예 린지 본 피자로 명명했다. 전통적인 이름을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본의 컴백을 지켜보며 결심했단다.
1993년 문을 연 이 식당은 이제 전 세계 스키 올림피언들의 맛집이 됐다. 역시 ‘스키 여제’라고 불리는 미카엘라 시프린을 비롯해 사실상 모든 스키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번호표가 가게를 채우고 있다. 게디나는 “올림픽은 축구처럼 대중적인 스포츠에 가려져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에도 관심을 가져다준다.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큰 행사다. 이번 대회 역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