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열릴 이탈리아 밀라노의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 3일 이곳을 찾은 미국 선수단 명예코치이자 유명 래퍼 스눕독이 “백플립도 가능하냐”고 물었다. 일리야 말리닌(21·미국)은 “당연하다”며 즉석에서 뒤로 공중 제비돌기를 시연했다. “퍼펙트 텐”이라며 열 손가락을 펼친 스눕독은 “손이 5개쯤 더 있었으면 그것도 다 들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말리닌은 ‘이번 올림픽에서 퀸튜플(5회전) 점프를 뛸지’ 묻자 “고민 중이지만 준비는 돼 있다. 타이밍만 맞는다면 시도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적어도 도전할 준비는 모두 마쳤다는 뉘앙스였다.
말리닌의 별명은 ‘쿼드 갓(4회전의 신)’이다. 두 달 전,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 사상 최초로 프로그램 속 점프 7개를 모두 쿼드러플(4회전)로 채웠다. 앞서 2022년엔 4.5회전인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인류 최초로 성공했다. 여기서 반 바퀴 더 나아가는 5회전 점프는 인간 한계의 경계선상에 놓인 기술이다.
피겨 선수의 점프는 두 가지 스타일로 나뉜다. 높이 오래 뛰는 경우와 빨리 회전하는 경우다. 현역 시절 ‘피겨 퀸’ 김연아(은퇴)가 전자다. 흔치 않다. 같은 점프라도 김연아는 체공 시간과 비거리가 길다. 점프 직전 활주 스피드를 줄이지 않는 덕분이다. 다른 대부분의 선수는 점프 직전 활주 스피드를 줄인다. 대신 준비 단계부터 몸을 틀어 회전 속도를 높인다. 김연아가 같은 점프를 뛰고도 높은 예술성으로 가산점을 받았던 비결이다.
공중에서 5회전, 즉 1800도를 돌려면 훨씬 높이 오래 뛰어 올라야 한다. 동시에 더 빨리 돌아야 한다. 말리닌은 쿼드러플 악셀 점프 때 65~70㎝ 높이에서 0.7~0.75초 간 머문다. 동시에 400~450rpm(분당 회전수)으로 돈다. 반 바퀴 더 도는 5회전 점프(살코 기준)를 성공하려면 70㎝ 이상 뛰어 0.05초 이상 더 머물러야 한다. 게다가 480~520rpm으로 돌아야 한다. 헬기의 로터 회전 속도와 맞먹는다. 만약 5회전에 도전한다면 6가지 점프(살코·토·토루프·플립·러츠·악셀) 중 엣지를 활용해 회전력을 얻기 좋은 살코나 토로 찍어 뛰기 때문에 체공 시간이 긴 토루프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말리닌은 몸을 가능한 한 중심축에 붙여 일자로 만들기 때문에 같은 힘(운동량)으로도 빨리 회전할 수 있다. 다만 생체역학적으로는 한계치에 가깝다. 전문가들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쉽지 않을 거란 뜻이다. 말리닌의 5회전 점프 시도가 ‘인간 한계에 대한 도전’으로 불리는 이유다.
4일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말리닌은 신의 영역을 넘보는 영웅의 아우라를 풍겼다. 이번 올림픽에선 금메달보다는 자신이 보유한 역대 최고 점수(333.81점) 경신 여부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세 시즌 동안 출전한 14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했다.
“말리닌과 동시대에 경쟁하는 선수들이 가엽다”는 웃지 못할 말까지 나온다. 2022 베이징 대회 피겨 남자 싱글 은메달리스트 카기야마 유마(일본)는 “모든 걸 정말 쉬워 보이게 만든다. 그가 무적일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