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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까지 4.8㎞, 전국 곳곳이 ‘금융 사막’

중앙일보

2026.02.0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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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김제에 사는 신모(76)씨는 한 달에 한 번 다니는 교회에서 제공하는 차를 타고 약 4㎞ 떨어진 은행에 간다. 걸어서는 50분 가까이 가야 하는 거리다. 신씨는 “기계나 핸드폰으로 돈을 빼고 보내는 건 어려워 은행으로 간다”고 말했다.

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은행 점포 수는 14% 감소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5523개로, 2020년 9월(6427개)보다 904개 줄었다. 전국에서 이틀에 한 개꼴로 은행 지점이 사라진 셈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서울·부산 등 대도시와 지방 간 점포 수 차이도 벌어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1㎢당 은행 점포 수는 전국 평균 1.25개였는데, 서울의 경우 4.23개인 반면, 시·도 지역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부 2개 미만이었다. 신씨처럼 지방에 살면 은행 가기가 더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은행까지 이동 거리도 지역별 격차가 컸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점포 밀도 상위 10% 지역은 은행까지 평균 이동 거리가 134m였다. 걸어서 1~2분 안에 은행 점포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하위 10% 지역에선 평균 4.8㎞를 움직여야 했다. 충북 제천시, 전남 신안군, 경북 김천시·문경시·청송군·봉화군, 강원도 횡성군·양구군 등에선 25㎞ 이상 이동해야 은행이 나왔다. 최장 27㎞에 달하는 지역도 있었다. 걸어서는 대여섯 시간, 자동차로도 30~40분 이상 걸리는 거리다. 금융위 측은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 지역은 인구 대비 점포 밀집도가 전국 평균 미만이라 지역별 편차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들은 갈수록 지점을 줄여나가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이나 인터넷 전문은행, 핀테크 업체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이 많아진 만큼, 임대료·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4년 입출금 거래를 위해 은행 창구를 찾은 경우는 3.9%에 그쳤다. 반면 인터넷뱅킹은 84.6%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건물을 빌리고 인력을 배치하는 게 경영 측면에선 비효율적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하지만 금융의 공공성을 고려하면 경영 효율만 따져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금융위는 다음 달부터 ‘은행 점포 폐쇄 대응 방안’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금융 사막’을 개선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영업점 폐쇄 기준을 보다 엄격하게 바꾼다. 그동안은 반경 1㎞ 안에 있는 점포를 통폐합할 경우 ‘금융 공백’을 막기 위한 의무 조항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 결과 2023년 5월~지난해 10월 폐쇄된 점포 314개 중 203개(65%)가 반경 1㎞ 내 인근 점포와 합병한 것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으로 이런 경우에도 반드시 사전 영향 평가와 지역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지점 문을 닫더라도 이를 대체할 수단은 유지한다. 폐점한 곳 근처 복지관·주민센터 등에 이동 점포를 운영한다. 전통시장이나 관공서에도 은행 공동 현금입출금기(ATM)를 확대 설치한다. 온라인뱅킹에 익숙한 청·장년층이 많은 도시에선 화상 상담이 가능한 현금입출금기(ITM), 무인 은행창구 기기(STM) 등을 두 대 이상 보유해야 한다.

광역시 외 지역에서 점포를 폐쇄할 경우 은행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역 내 자금 공급, 중소기업·서민대출 지원, 금융 인프라 등을 당국이 평가할 때(지역 재투자 평가) 비도심 지역 점포 폐쇄에 대한 감점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기준을 지방자치단체·지방교육청 금고 선정 때도 활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융 소외 지역에 인력 배치를 강화하는 등 정부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맞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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