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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V토크] 기량발전상이 있다면? 김다은을 추천합니다

중앙일보

2026.02.0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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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아웃사이드 히터 김다은. 용인=김경록 기자
V-리그엔 기량발전상이 없다. 하지만 기량발전상이 있다면 이 선수가 후보일 것이다. 흥국생명 아웃사이드 히터(OH) 김다은(25)이다.

2019년 1라운드 6순위로 흥국생명에 입단한 김다은은 2021~22시즌부터 두각을 드러냈다. 2022~23시즌엔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36경기 중 35경기에 출전해 186득점을 올리며 팀의 한 축으로 발돋움했다. 국가대표로도 발탁돼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어깨 부상이 그를 덮쳤다. 우측 견과절 회전근개 부분파열. 수술을 받고 긴 슬럼프를 겪었다.

흥국생명이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에도 김다은의 역할은 '조연'이었다. 김연경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OH 한 자리는 후배 정윤주가 차지했다. 지난 시즌 김다은의 기록은 24경기 122득점. 절반 이상이 교체 선수로 들어갔고, 한 경기를 끝까지 소화한 적도 드물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입지가 좁아진 게 사실이었다.
어깨 부상을 딛고 반등에 성공한 흥국생명 김다은(왼쪽). 연합뉴스

경기도 용인 흥국생명 연습체육관에서 만난 김다은은 "지난 2년간 참 힘들었다. 그렇게 오래 재활한 게 처음이었다. 기회가 왔는데 놓쳤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으라'고 하는데 노를 젓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김다은은 당당한 주축 선수로 우뚝 섰다. 개막전 선발 라인업에는 들지 못했으나 시즌 네 번째 경기였던 도로공사전 이후엔 한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선발로 나섰다. 잔여 10경기를 남겼지만 일찌감치 개인 최다 득점 기록(235점·종전 186점)도 세웠다. 이대로라면 300득점 돌파도 무난하다. 김다은은 "(세터 이)나연 언니가 좋게 빠르게 올려준 덕분에 공격 성공률이 좋아졌다. 300득점, 해보고 싶긴 하다. 그동안 100점 안에서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 욕심을 내면 안되지만 가능성이 보이니 욕심이 난다"고 웃었다.

흥국생명 아웃사이드 히터 김다은. 용인=김경록 기자
김다은의 장단점은 뚜렷하다. OH로는 작지 않은 키(180㎝)와 점프력을 살린 공격이 뛰어난 반면, 리시브는 다소 부족한 편이다. 고교시절까지는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섰고, 프로 3년차 때부터 OH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다은은 여전히 '리시브'를 머릿 속에 과제로 두고 있다. 매년 조금씩 나아졌지만, 부상 때문에 정체하면서 더 어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올 시즌엔 버티는 힘이 확실히 좋아졌다. 자연스럽게 4명의 OH(김다은, 최은지, 박민지, 정윤주)가 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현 체제에서 가장 많이 출전하고 있다. 김다은은 "다치면서 한 시즌을 통으로 보내다 보니 힘들었다. 사실 맨 처음 리시브를 시작했을 때는 자세나 감각을 아예 몰라서 힘들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시도를 하니까 생각이 많아져서 복잡했다"며 "지금은 '탄상(단야마 요시아키 코치)'이 보여주는 영상을 보면서 단점을 수정했다"고 했다.

기술적인 발전도 있었지만, 멘털적으로도 강해졌다. 김다은은 "예전이라면 (리시브가 흔들려 교체된 뒤)경기장 안에서 다음 플랜도 못 세우고 흔들렸을 것이다. 이제는 회복하는 게 빨라졌다. 공이 날아오는 오는 시야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거 같다. 리시브는 내게 평생 가져가야 할 숙제"라고 했다.

김연경이 은퇴한 흥국생명은 개막 전 하위권으로 꼽혔다. 김다은은 "컵대회에서 못 했고, 우리가 부족하다는 걸 인정했다. 정규시즌에도 이렇게 잘 될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며 "하지만 부딪히니까 하나하나 되더라. 시합 때 안 되는 게 있으면 우리끼리 공부를 했다. 그전에는 지면 '왜 졌지'에서 끝났지만, 이젠 '다음 경기 때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복습한다. 우리가 준비한 걸 경기에서 보여줄 수 있다. 배구가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흥국생명 선수들은 '눈 배구'를 한다.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과 단야마 코치가 늘 강조하는 게 경기 영상을 보면서 단점을 고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다은은 "아본단자 감독님 때도 영상을 많이 봤다. 요시하라 감독님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복습을 하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니까 똑같은 실수를 덜 하게 된다"며 "구단에서도 정말 잘 지원해준다. 권순찬 감독님 때부터 연습 때 바로 플레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꾸려놓았다. (이번 시즌부터는)분석 프로그램도 다른 팀보다 더 많이 쓰고 있다"고 했다. 이어 "탄상이 이탈리아 남자 대표팀이나 일본 팀 영상을 많이 보여준다. 이를테면 리시브 동작에서 실수를 했을 땐 좋은 예가 될 수 있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보내준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아웃사이드 히터 김다은. 용인=김경록 기자

지난 시즌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라는 서사를 완성하며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모두가 성장하는 배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다은이 꿈꾸는 해피엔딩도 '함께 만들어내는 우승'이다. 김다은은 "챔프전에 올라가서 우승하는 게 목표다. 말의 힘은 강하다고 생각한다. (내가)모든 경기를 소화하면 좋아하겠지만, 안 됐을 때 나갈 다른 선수들도 준비를 잘 하고 있다. 다 같이 하나가 돼서 이루는 게 나의 바람"이라고 했다.



김효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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