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실시되는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개헌 의석’ 확보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는 지원 유세에서도 ‘헌법 개정’을 화두로 적극 내세우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일 니가타(新潟)현 조에쓰(上越)시 지원연설에서 ‘헌법 개정’을 거론했다.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때부터 자위대 헌법 명기를 주장해온 그는 개헌의 이유로 자위대 문제를 꺼내들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그들(자위대)의 자부심을 지키고, 확실히 실력있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당연한 헌법개정을 하게 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일본에서는 자위대가 사실상의 군대 역할을 하고 있지만, ‘평화주의 조항’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제9조에서 ‘전쟁 포기’와 ‘전력 불(不)보유’를 규정하고 있어 자위대의 법적 위상이 애매한 상황이다. 따라서 자민당 등은 개헌을 통해 9조에 “(9조 규정은) 필요한 자위 조치를 취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해, 자위대의 존립 근거를 명확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헌법 개정이 ‘자위대 명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헌법적 권리로 만들어 군사 대국화로 향하는 길을 열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절차에 있어서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헌법 개정을 위해선 중의원과 참의원(상원) 양원에서 전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발의가 가능하다. 실제 개헌이 이뤄지기 위해선 이후 국민투표에서 국민 절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다카이치 총리가 ‘스승’으로 삼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역시 2차 집권 당시 자위대 명기 등의 개헌을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현재 판세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아사히신문 조사(1월 31일~2월 1일)에선 자민당이 단독으로 중의원 전체 의석 465석 가운데 과반(233석)을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와 합치면 여당이 300석을 넘겨, 개헌 발의가 가능한 3분의2(310석)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개헌 의석’을 획득한다고 해서 당장 개헌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참의원에선 여전히 여소야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정권 장악력을 높인 다카이치 총리가 60~70%에 달하는 높은 지지율을 배경으로 개헌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총선 후보들에 대한 조사에서 개헌에 찬성 입장을 내놓은 의원들이 다수인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이번 중의원 선거 후보자 55%가 개헌에 찬성해 반대(24%)를 훌쩍 뛰어넘었다. 여당만으로 한정해 보면 이 비율은 압도적이다. 찬성 의사를 밝힌 자민당 의원은 98%(다소 찬성을 포함), 일본유신회는 100%에 달했다. 야당에서도 국민민주당의 경우 91%가 찬성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