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들이 IRP(개인형퇴직연금)로 돈을 옮겨 놓고 어떻게 해야 꾸준히 월급 같은 소득을 받을 수 있을지 많이 물어본다. 간단한 질문 같지만 고령사회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인구가 증가하는 시기는 자산 축적이 관심이었다면 고령사회가 되면 축적된 자산에서 소득을 만드는(from asset to income) 것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젊을 때 보험료를 내고 퇴직 후에 종신토록 연금을 받는 국민연금은 자산을 축적하고 거기서 안정적인 소득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제도이다. 문제는 국민연금 이외에 안전한 은퇴 소득을 만들만한 자산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원금 분할상환 되는 은퇴채권
연금처럼 균등한 현금 흐름 줘
물가연동까지 되면 금상첨화
소득이 나오는 자산은 예금, 국·공채, 실적배당 상품 등이 있다. 그런데 예금은 만기가 1년으로 짧아 긴 현금흐름을 만드는 데 맞지 않다. 최근에 자본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배당주, 리츠(REITs), 월배당 커버드콜 ETF 등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안전한 소득을 장기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국채와 보험사가 제공하는 연금이 있다. 국채는 5년 만기 이상이 국채 발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만기가 길어(50년 만기도 있다) 오랜 기간 안정적인 소득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국채가 은퇴 소득을 만드는 데 가장 큰 단점은 현금흐름이 균등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10년 만기에 금리가 3%인 국채가 1억원 있다고 하자. 1년에 300만원 이자를 받으니 6개월이면 150만원(월 25만원)이다. 이 국채는 6개월마다 이자를 150만원씩 20번 지급한다. 다만 10년 만기 시점에서는 1억원 원금이 상환되므로 현금이 1억150만원 들어온다. 정리하면, 6개월마다 150만원을 19번 받다가 20번째 1억150만원을 받는다. 극단적으로 평탄하지 않은 현금 흐름이다.
이러다 보니 월 100만원의 현금흐름을 만들려면 4억원의 국채가 있어야 한다. 게다가 10년 뒤에 돈이 왕창 만기 상환된다. 보통사람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노후 소득 자산이다.
현금 흐름을 평탄하게 하는 방법은 있다. 10년 만기 국채를 한꺼번에 4억원 사지 않고 ‘10년 만기 4000만원, 9년 만기 4000만원…1년 만기 4000만원’으로 만기가 다르게 나누어 사는 방식이다. 이러면 매년 4000만원의 원금이 상환되어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만들어진다. 매월 사면 더 평탄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만기를 꼼꼼하게 나누어 사기 어려우며, 만기에 따라 금리도 모두 다르니 곤혹스럽다.
만기는 같지만 매입 시점을 달리할 수 있다. 은퇴를 10년 이상 앞둔 사람이라면 10년 만기의 국채를 매년(혹은 매월) 매입하여 퇴직 후부터 매년(매월) 채권 만기가 돌아오게 하면 된다. 이것 역시 실행하기 까다롭다. 당장 받게 되는 이자를 퇴직 전에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만만치 않다.
한 가지 간편한 방법은 채권 발행자가 은퇴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발행자가 원금을 만기에 일시 상환하지 않고 분할해서 상환해준다. 4억원을 대략 매년 4000만원씩 10년 분할해서 상환하는 식이다. 발행자는 불편하지만 투자자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주택담보대출의 일반적인 형태인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이다.
은퇴채권은 은퇴 소득뿐만 아니라 생애에 걸쳐 자산 축적과 인출의 과정을 모두 포괄할 수도 있다. 퇴직 전까지는 이자를 복리로 재투자해서 자산을 축적하고 퇴직 후에는 원리금을 분할해서 상환받으면 된다. 예를 들면, 55세에 3% 이자의 국채를 1억원 사서 10년 동안 복리로 두면 1억3400만원이 되는데 10년 후 퇴직할 때 이를 원리금분할상환으로 연금처럼 수령하는 것이다. 전자(10년까지)는 복리채이고 후자(10년 이후)는 원금분할상환채권으로, 둘이 결합된 구조이다.
거액을 발행하는 채권 시장에서 개인들의 수요에 맞춰 소매 채권을 발행하려면 비용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고령화로 재정적자가 증가하는 시대에 국채 수요 기반을 만들 수 있고 은퇴자들에게 안정적인 은퇴소득 수단을 제공해주는 장점이 있다. 은퇴채권에 물가연동까지 되면 노후의 안정적인 구매력을 확보하는 데 금상첨화(錦上添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