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검찰청 폐지를 결정함에 따라 오는 10월 2일 검찰청은 공식적으로 해체되고, 검찰청을 대신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2개 기관이 신설된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5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공소청·중수청 설치 법안에 관한 당내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앞서 지난 2일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2월 내에 국회에서 공소청과 중수청 설치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중수청·공소청 설치법 관련 정부안이 지난달 12일 공개된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는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며 당내 찬반 의견 수렴 절차를 밟아왔다. 정부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이 지난달 26일 종료되면서 민주당은 남은 검찰개혁 법안 처리에 속도전을 펼 전망이다.
정청래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 이제 검찰청 폐지는 돌이키기 어렵게 됐고, 여당은 이참에 비가역적으로 쐐기를 박을 태세다. 최근 몇 년 검찰 조직은 대통령까지 배출했지만, 검찰이 스스로 권력으로 군림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치우치는 바람에 엄청난 민심의 역풍을 맞았다. 검찰청이 해체된다고 해도 누구 하나 공개적으로 반발하지 못할 정도로 검찰 개혁의 명분은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민주당 주최로 공소청·중수청 입법 공청회가 열렸고,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그날 공청회에서 검찰개혁론자들은 중수청이 '제2의 검찰청'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그러나 입법 공청회 전체를 유심히 살펴봐도 권한이 집중된 경찰에 대한 견제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여 "공소청·중수청법 2월 처리"
검찰 해체하며 경찰 조직 비대
총경 이상 62%가 경찰대 출신
불법 사찰 '정보경찰'도 되살려
경찰, 권력 비리 수사에 소극적
경찰국 폐지, 경찰위 역할 미흡
그 자리에서 정청래 당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는 만고의 진리"를 강조했다. 현대사를 돌아보면 누구도 반론을 펴기 어려운 말이다. 그런데 그의 논리는 공룡처럼 비대해지는 경찰에도 적용돼야 한다.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을 해체하는 수술 과정에서 정작 또 다른 수사 권력이 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민의 경찰'을 표방하지만, 군사정권 이래로 검찰 못지않게 경찰에도 흑역사가 있다. 김근태 민청학련 의장 고문, 박종철 고문치사, 권인숙양 성고문 사건 등 인권 침해 사례를 헤아리기 어렵다.
문재인 정권, 경찰에 권한 몰아줘 민주화 이후 1991년 경찰은 내무부(행정안전부 전신)에서 경찰청으로 독립하면서 '민주 경찰'로 거듭났고 권한과 몸집도 커졌다. 검찰 수사를 받던 중 비극을 맞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한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은 경찰의 공룡화에 결정적 계기였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을 66년 만에 개정하면서 경찰에 권한이 쏠렸다. 이 때 정치권력이 검찰의 경찰 수사 지휘권을 박탈하는 바람에 경찰 수사의 문제점과 인권침해 등을 촘촘히 따지던 검찰의 시어머니 역할이 사라졌다. 검찰의 수사권은 6대 범죄(중수청은 9대 범죄)로 대폭 축소됐고, 경찰은 모든 사건의 1차 수사권 및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다.
반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2021년 1월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출범했다.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 밑에 수사국·형사국·안보수사국 등이 포진했다. 국수본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수사 부서를 총괄하고, 약 3만 명의 수사 경찰을 지휘·감독하는 거대 조직이다. 검사 정원 2292명과 전체 경찰 13만여명의 숫자를 대비시켜 보면 국수본이 얼마나 방대한지 알 수 있다.
게다가 경찰청은 이달부터 전국 경찰서 198곳에 정보과를 부활시켜 1400여명의 '정보 경찰'을 배치한다. 2024년 2월 당시 윤석열 정부가 현장 치안 인력 증원을 이유로 정보과를 폐지하고 시·도 경찰청 중심의 광역정보팀으로 재편했는데, 이재명 정부가 원상 복구하는 것이다. 치안본부 시절 불법 사찰을 저지른 정보경찰의 부활이 왜 필요한지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경찰은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도 넘겨받았다.
경찰 권한 커지면 국민 삶 나아지나 현재의 경찰엔 엘리트 의식이 강한 경찰대학 출신들이 요직을 대거 차지하고 있다. 1981년 경찰대 1기 입학 이후 최근까지 경위 임관 졸업생은 누적 4000명을 돌파했다. 가장 최근 공개된 2022년 자료를 보면 총경 이상 경찰 754명 중 경찰대 출신이 469명(62.2%)으로 쏠림 현상이 심하다.
하지만 막강해진 경찰에 대한 견제 장치는 너무 헐겁고 부실하다. 윤석열 정부 시절이던 2022년 8월 행안부에 설치한 경찰국은 찬반 논란 끝에 이재명 정부 들어 폐지하기로 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행안부 소속 심의·의결 기관으로 1991년 국가경찰위원회가 신설됐지만, 민주적 통제 역할은 여전히 미흡하다.
특히 경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이춘석·전재수·김병기·강선우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의 대형 의혹이 불거졌지만, 경찰은 증거자료나 신병 확보 시기를 놓치는 등 수사에 소극적으로 나서 증거인멸 기회를 준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인지 수사권을 갖고 있는데도 마땅히 해야 할 수사는 머뭇거리고, 권력의 입맛에 맞는 하명수사에는 민첩하게 반응했다. 그만큼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에 의구심을 키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1일 민주화운동기념관을 방문하기 직전 80주년 경찰의날 기념사에서 "수사·기소 분리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경찰의 권한이 늘어나면 과연 우리의 삶이 더 나아지느냐는 질문에 우리 경찰이 더욱 진지하게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뿐 아니라 정부·여당도 제대로 응답해야 할 문제다.
[인터뷰]
"중국 공안처럼 한국 경찰도 비대해질 위험 크다" 허일태(75)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평생 연구한 진보 성향의 법학계 원로다. 형사법학회장과 형사정책학회장을 역임했고, 비교형사법학회 창립을 주도했다 .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촉구해온 허 교수를 부산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Q : -검찰청 해체를 어떻게 보는지.
A : "검찰이 직접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해 권력을 남용했고, 표적 수사와 제 식구 감싸기 등 정치적 편향으로 법 집행의 공정성을 상실했다. 검찰청 해체는 검찰 권력의 역사적 종언을 고하고 법치주의 시대로 넘어가는 산통이다."
Q : -중수청이 9대 범죄 수사를 맡으면 '제2의 중수부'가 될까.
A : "기존 특수부의 수사 전문성을 살려야 하고, 권력형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하려면 행정부 영향력에서 벗어난 독립 수사기구가 필요하다. 민생 범죄는 경찰이 수사하고, 중대범죄는 중수청이 수사해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Q : -대통령은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거론했다.
A : "수사기관이 공소청에 넘긴 사건에 증거가 부족하거나 법적 맹점이 있을 경우 공소청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수사기관에 돌려보내기만 하면 사건 처리가 지연될것이다. 보완수사권은 사법 시스템의 마비를 막을 최소한의 안전장치이자 국민권익 보호를 위해 불가피하다."
Q : -2020년 문재인 정권이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줬는데.
A : "독일·오스트리아 등 대륙법계 국가는 '경찰국가' 회귀를 막고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공권력을 쥔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지 않는다. 그 대신 법률 전문가이자 준사법기관인 검사가 수사 주재자로서 경찰을 법률적으로 통제한다. 한국도 검사에게만 수사종결권을 부여하는 것이 맞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주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장기미제 사건이 급증했다."
Q : -바람직한 검찰개혁 및 사법개혁 방향은.
A :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제도는 많이 정착됐지만, 법을 다루는 검사와 판사의 잘못과 실수가 잦았다. 작동하는 제도를 한꺼번에 바꾸는 것보다 검사든 판사든 법을 제대로 안 지킨 경우 책임을 묻는 것이 더 효과적 개혁이다. 독일과 같은 '법왜곡죄'를 도입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온 이유다."
Q : -1996년부터 한·중 형사법 학술 교류를 해왔는데.
A : "중국 공안(경찰)은 광범위한 수사권과 행정 처벌권으로 형사사법 절차를 주도하는데, 중국 검찰은 수사종결권도 없이 기소와 제한적 감독에 그친다. 중국 학자들은 2020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전의 한국을 모델로 여긴다. 인민의 권익을 충실히 보호하려면 공안 권력을 분산해 검찰이 수사종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한국은 검찰을 개혁한다며 검찰 힘을 빼면서 경찰 권한이 과도해졌다. 이러다 자칫 한국 경찰이 압도적 권력을 휘두르는 중국 공안처럼 비대해질 위험과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