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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연명중단 인센티브’ 또 주문했지만…미국·유럽선 안 한다

중앙일보

2026.02.0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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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재차 연명의료 중단 인센티브를 강조하면서 말기환자 돌봄 체계에 과감한 투자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연명의료 개선 및 활성화 방안을 보고받고 “이것은 매우 중요한 제도로, 불편하지 않도록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외에 일종의 인센티브라도 있으면 좋겠다”며 “(제도가 활성화되면) 사회적으로도 이익이기 때문에 잘 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16일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연명치료(연명의료) 중단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라”고 지시했다. 건강보험료 할인 등을 인센티브의 예로 제시했다. 이후 약 50일 만에 복지부가 방안을 보고했고, 이 대통령이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업무보고 때 “해외 사례는 어떤지도 봐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대만 등 해외 자료를 조사했더니 연명의료를 중단·유보한 사람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례가 없었다.

한국도 연명의료 중단과 관련해 경제적 동기가 개입하는 걸 경계해 왔다. 이윤성(법의학)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연명의료 결정제도를 도입할 때 경제적 부분을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자칫 이게 연명의료 중단의 무언 압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인센티브 언급 이후 ‘존엄한 죽음’을 맞도록 한다는 애초 정책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은경 장관은 3일 국무회의 보고에서 인센티브 방안 대신 생애 말기 돌봄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담았다. 연명의료를 유보 또는 중단하거나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한 후 갈 데가 별로 없고, 말기 또는 임종 돌봄 제도가 빈약한 점을 개선하기로 했다. 연명의료를 중단하면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데, 지난해 202곳에 불과하다. 말기나 임종기 환자가 집으로 가면 통증 관리, 돌봄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 또 집에서 숨지면 까다로운 사망 확인 절차에 한숨짓게 된다.

이날 정 장관이 이런 문제점을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종전과 달라진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은 “인력과 비용이 들겠지만, 병원에서 연명치료를 하는 것보다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들 것”이라며 “그러면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 맞다. 그렇게 하시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또 연명의료 계획서 작성 시기를 말기에서 ‘말기가 예견되는 시점’으로 당기고, 연명의료 유보·중단 이행 시기를 당기기로 했다. 1년 넘게 공백 상태인 국가생명윤리위원회를 신속하게 구성해 관련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신성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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