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사설] 배임죄 개선 빠진 상법 개정안…기업하기 좋은 환경 맞나

중앙일보

2026.02.04 07:22 2026.02.04 20:3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일자리와 지방투자 확대를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4일) 청와대에서 10대 기업 총수들과 만나 “메뚜기도 있고 토끼도 있어야 호랑이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처럼 “경제는 생태계”이고 성장의 과실을 중소기업과 지방·청년도 골고루 누리는 게 중요하다. 재계는 10대 그룹이 5년간 270조원의 지방 투자를 하는 등 총 300조원의 투자계획을 공개했다.

대통령의 요청에 대기업이 적극 화답하는 모양새지만 기업도 고민이 없을 수 없다. 관세를 무기로 흔드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투자 압박에 대응하면서 산업 공동화를 걱정하는 국내 우려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처럼 기업이 지방에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인프라를 마련하고 교육·문화시설 등 정주 여건을 개선해 유인체계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정부의 대미 투자에 ‘상업적 합리성’이 중요하듯, 우리 기업의 지방 투자에도 ‘상업적 합리성’ 원칙이 흔들리면 안 된다. 그런 인프라를 잘 설계하는 건 정부의 몫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정부·여당이 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이달에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재계는 합병이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취득한 ‘비자발적 자사주’까지 일률적으로 소각하면 부작용이 크다고 하소연한다. 비자발적 자사주를 강제 소각하면 자본금이 축소되는 감자가 된다. 회사의 재산이 변동되면 상법상 채권자 보호 절차가 개시돼 채권자들이 이자율을 올리는 등 대출 조건을 바꾸거나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상장사 2417개사 가운데 933곳이 이런 ‘빚 독촉’에 노출될 수 있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고, 산업의 구조조정을 막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상법 3차 개정은 속도를 내면서 기업이 호소했던 배임죄 개선은 별로 진전이 없다. 배임죄는 경영자의 사업가적 결단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외국에 비해 한국의 배임죄 처벌이 과도해 기업의 의사 결정을 지연시키고 기업가의 혁신 경영에 걸림돌이 된다는 평가를 외면하지 말길 바란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