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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례 사건도 항소 포기, 검찰 존재 이유 스스로 부정했다

중앙일보

2026.02.04 07:24 2026.02.0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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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뉴시스
검찰이 경기도 성남시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혐의로 기소된 민간업자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어제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법리 검토 결과 및 항소 인용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개발 비리 사건과 비슷한 범죄 구조와 수법으로 이뤄져 ‘대장동 판박이’라고 불렸다. 검찰로선 대장동 사건에서 이미 항소를 포기한 마당에 이번 사건에서 항소를 제기하면 자기모순에 빠지는 점을 고려했겠지만,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볼 기회를 포기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결정이다.

연이은 항소 포기는 검찰이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장동 사건에서 항소를 포기했다가 “수사·사법 시스템 파괴 행위”라는 맹비난을 받고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대장동 사건과 같은 피고인들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이 이번 사건에서 검찰의 항소 포기로 무죄가 확정됐다. 검찰이 1심 판결의 법리를 검토한 결과 무죄가 맞다고 판단했다면 처음부터 수사와 기소가 무리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상급심 판단을 구하지 않고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항소 포기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로선 ‘권력 눈치 보기’라는 외부의 의심과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에선 항소를 하는 게 마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등에서 민간업자들에게 이익을 챙기게 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관련 재판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만일 검찰 지휘부에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사법 리스크’를 덜어주기 위한 고려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중대한 실책이다. 범죄 수사와 기소에서 불편부당해야 할 검찰이 유독 정치 권력 앞에선 약해지는 모습을 되풀이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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