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측이 어제 당정 회의를 열고 대형마트 규제를 푸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것은 늦어도 한참 늦은 조치다. 당정은 민주당 의원 발의 형태로 대형마트의 심야 배송을 허용하자는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에 월 2회 의무휴업과 함께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시간대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었다. 이와 달리 쿠팡 같은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은 새벽 배송을 포함해 사실상 24시간 영업해 왔다.
당정은 의무휴업은 그대로 두되 심야 온라인 배송은 허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당정이 규제 완화에 나선 건 3370만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해 물의를 빚은 ‘쿠팡 사태’가 계기였다. 대형마트가 규제에 묶이는 사이, 쿠팡은 온라인 쇼핑 위주로 재편된 시장의 선두주자가 됐다. 국내 온라인 유통업 비중은 지난해 기준 59%에 달한 반면, 오프라인 유통업인 대형마트나 기업형 수퍼마켓(SSM)의 점유율은 각각 9.8%, 2.2%에 그쳤다.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이 생겨난 것은 시대착오적인 규제가 오래 유지됐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규제는 골목상권 보호가 명분이었다. 지역 상권이 잠식되는 것을 막자며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했다. 하지만 유통 환경이 급변하는데도 규제 당국과 정치권은 규제를 유지했다. 그렇다고 딱히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이 살아난 것도 아니었다. 대신 생겨난 것이 ‘쿠팡 독주’ 구조였다.
대형마트는 점포 인력 외에도 물류나 협력업체, 인근 상권 등과 함께 고용과 소비로 사슬처럼 얽히는 업종이다. 홈플러스 사례에서 보듯 지역 일자리와 세수, 골목상권까지 연쇄 효과를 낸다. 그런 만큼 규제를 풀어 공정하게 경쟁할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해당 입법안을 낼 예정인 민주당 의원은 “전통시장 발전이라는 취지는 쿠팡의 등장으로 실효성이 없어졌다”고 인정했다. 지역 상인들과의 마찰이 우려된다면 지자체별로 주말 의무휴업일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등 세밀한 개선책을 만들기 바란다. 한국은 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는 등 ‘모빌리티 혁신의 무덤’으로 불려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법인택시 단체가 현대차 등과 자율주행 업무 협약을 체결하자고 나서고 있다. 정책 당국과 정치권은 미래의 가능성을 없애버리는 규제의 위험성을 이번 기회에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