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이 13년 만에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금지’ 규제를 없애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면서 유통 산업 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대형마트 업계는 “10년 넘게 업계를 짓눌렀던 족쇄가 풀리는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이번 논의에 의무휴업 해제는 포함되지 않아 반쪽짜리 완화에 그칠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새벽 시간(자정~오전 10시) 영업 금지 규제는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과 함께 대형마트의 손발을 묶는 규제로 꼽혔다. 유통산업발전법(유산법)은 2013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활성화하겠다며 여·야 합의로 시행됐다. 그러나 소비 형태가 이커머스 등으로 빠르게 바뀌었음에도, 정치권은 10년 가까이 방관했고 그 사이 쿠팡 같이 규제를 비켜간 기업이 365일, 24시간 영업하며 시장을 독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간 민주당은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유산법 규제 완화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소비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뀐 데다, 쿠팡의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제도적 허점이 드러난 게 입장 변화에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시대에 뒤떨어진 유산법을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형마트 업계는 새벽배송 금지만이라도 서둘러 풀어야 한단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3년 유산법 시행 당시엔 의무휴업만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소비 환경이 이커머스 중심으로 바뀌고 보니 새벽에 발이 묶이는 영업시간 제한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며 “새벽배송이 허용되면 이제라도 쿠팡과 싸워볼만 하다”고 말했다.
규제가 풀리면 소비자들의 새벽배송 선택지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이미 주차장, 냉장·냉동트럭, 최적화된 물류 동선까지 우수한 배송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을 합치면 1800여개에 이르는 점포에서 지방 소도시 곳곳에 새벽배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간 온라인 가격 경쟁이 본격화하면 제품가격이 평균 1~2%가량 인하될 것으로 추정한다. 대형마트의 매출 증가에 따른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한다. 현재 전체 유통업계 매출에서 차지하는 온라인 비중(지난해 11월 기준)은 54.1%로, 이미 오프라인을 앞섰다.
SSM에 새벽배송이 허용될 경우 소상공인인 가맹점주들의 숨통도 트일 수 있다. 국내 SSM 점포 1457개점 가운데 기업 직영이 아닌 개인 가맹점은 721개로 절반(49.5%)을 차지한다. 이들 소상공인은 유산법 규제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오전 10시나 돼야 문을 열 수 있는 실정이다. 이 규제는 최근 홈플러스의 SSM(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리 매각의 걸림돌로도 꼽힌다.
다만 이번 논의에서 의무휴업 조항이 빠진 것은 아쉽단 지적이 나온다. 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이 유지되는 한 소비자는 결국 매일매일 새벽배송이 가능한 이커머스로 갈아탈 수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간에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지려면 의무휴업 규제도 풀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가 없거나 되레 악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도 다수 나온 바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형마트에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건 오프라인 유통업이 경쟁력과 매출을 회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정부와 정치권은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