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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생존의 곡예'…동계 올림픽 점프·회전 종목 비교

중앙일보

2026.02.04 12:00 2026.02.0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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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에어(사진)와 에어리얼, 하프파이프 등은 중력에 맞서는 대표적 종목이다. [AP=연합뉴스]
동계올림픽의 점프는 인간 의지의 집약체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허공으로 몸을 던져 회전 기술로 승부를 가려야 한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프리스타일 스키 빅에어·에어리얼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그 회전의 궤적과 축, 그리고 위험의 수준은 완전히 다르다.

하프파이프: 수직으로 솟는 ‘고공’의 미학
하프파이프는 반원통형 슬로프 벽면(립)을 타고 공중으로 6~7m 이상 솟구치는 종목이다. 건물 3층 높이에서 회전을 시작하는 셈이다. 이 종목의 핵심은 ‘높이’다. 높이 뜰수록 체공 시간이 길어져 더 많은 회전을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립에서 이탈해 다시 파이프 안으로 떨어지는 궤적을 그리며 도는 것이 특징이다.

이 종목의 살아있는 신화 숀 화이트(미국)는 “하프파이프의 립을 떠나는 순간은 언제나 두렵지만, 그 높이가 나를 자유롭게 한다”며 “더 높이 솟구칠수록 공중에서 할 수 있는 회전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2018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얼굴에 62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당했으나, 이를 극복하고 1440도 회전을 성공시키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현재 남자는 1440도를 넘어 4.5회전(1620도)에 도달했다. 이채운은 공중에서 뒤로 세 바퀴를 비틀면서 총 네 바퀴 반을 회전하는 ‘프런트 트리플콕 1620’을 시도한다. 여자는 3회전(1080도)에서 3.5회전(1260도)이 최정상권이다. 한국계 클로이 김이 2024년 여자 최초로 1260도 회전에 성공한 가운데, 한국의 신성 최가온은 회전수 대신 진행 방향의 반대쪽으로 도약하는 고난도 ‘스위치 백 나인’으로 정면 승부를 건다.

빅에어: ‘축 비틀기’가 만드는 입체적 회전
거대한 점프대에서 도약하는 빅에어는 동계 종목 중 가장 화려하고 입체적인 회전이 일어난다. 피겨가 수직축 중심이라면, 빅에어는 몸을 비스듬히 눕힌 채 가로와 세로 축을 동시에 돌리는 ‘코르크스크루(Corkscrew)’ 대각선 회전이 핵심이다.

현재 기술은 5.5회전(1980도)까지 도달했다. 시속 70~80㎞로 활강해 도약하기에 착지 실수 시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2022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에일린 구(중국)는 “빅에어는 물리적 계산이 아니라 공중에서 축을 비트는 찰나의 감각을 믿는 게임이며, 중력과 벌이는 가장 아름다운 도박”이라고 했다. 에일린 구는 2022년 베이징에서 평소 연습조차 안 했던 1620도 회전을 실전에서 성공시켰다.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을 넘어서는 인간의 본능적 감각이 승리한 순간이었다.

에어리얼: 십자인대를 건 ‘생존’의 곡예
단순 회전수보다 위험도를 따진다면 프리스타일 스키의 에어리얼이 으뜸이다. 기계체조의 도마 기술을 눈 위로 옮겨놓은 듯한 이 종목은 수직으로 솟구친 뒤 공중에서 3회 이상의 공중제비(Flip)와 동시에 4~5회의 트위스트를 결합한다. 시야가 완전히 뒤집힌 상태에서 착지 지점을 찾아야 하기에 찰나의 실수가 척추나 무릎 손상으로 이어진다. 캐나다의 프리스타일 스키어 저스틴 로슈는 “우리 종목에서 십자인대 수술 흉터는 일종의 ‘입단 허가증’ 같은 것”이라며 “0.1초의 착지 순간을 위해 우리는 기꺼이 연골과 인대를 소모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한찬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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