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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정비 해달라" 애원…한국GM 노조파업에 부품 올스톱

중앙일보

2026.02.04 12:00 2026.02.04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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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한국GM세종중앙물류센터에 부품 행선지를 알리는 팻말만 서 있다. 세종=이수정 기자
지난 3일 세종시 연기면 한국GM세종중앙물류센터. 약 6만6116㎡(약 2만평) 규모의 물류센터 앞은 오가는 트럭 한 대 없이 한산했다.
이곳은 타이어를 제외하고 한국GM 차량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이 모이는 곳이다. 부품을 수출할 때도, 부품을 조달해 국내 서비스 센터로 출고할 때도 이곳을 거친다. 하지만 가장 북적이던 ‘부품 출하장’ 문조차 굳게 닫혀있었다.

출하장 문을 열고 들어서니 포장을 마친 수출품 박스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었다. 옆에는 전국 각지의 서비스센터마다 요청한 부품이 적힌 작업 지시서가 가득했지만 상자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지난해 12월 31일을 끝으로 한국GM의 물류 하청업체인 우진물류가 직원 120명을 해고했고, 이에 반발한 직원들이 파업·농성을 하며 한 달여 간 부품 배송이 멈췄기 때문이다.

3일 한국GM세종중앙물류센터 선적대기장에 한 달 전 포장을 마친 수출 대기 박스들이 놓여있다. 세종=이수정 기자
‘쉐보레’ 등 한국GM 차 운전자들은 불안과 불편을 호소한다.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한 대리점들도 사업 유지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소비자 불안감은 판매량 저하로 이어졌다. 신차를 구매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정비’와 ‘브랜드 신뢰도’가 떨어진 결과다. 올 1월 한국GM의 내수 판매는 765대로, 2002년 GM대우 출범 이래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1월(1229대)보다 무려 37.8% 줄었다.

‘부품 올스톱’을 부른 파업의 발단은 한국GM이 물류 하청업체를 변경하면서다. 노조에 따르면 한국GM은 2003년부터 세종센터 하청 업체를 4차례 바꿨는데, 그 때마다 하청업체는 기존 노동자들을 그대로 고용했다. 4곳 하청업체 중 3곳은 모두 가족 관계였는데, 회사가 바뀌어도 15년 넘게 일한 노동자가 40명이 넘는다.

그런데 지난해 말 한국GM은 입찰을 통해 정수유통과 계약했다. 정수유통은 우진물류 인력 고용 승계에 난색을 보였고, 우진물류는 폐업 절차를 밟고 노동자 120명에 해고를 통보했다. 노조는 이번 계약 해지가 ‘노조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질적인 원청인 한국GM이 고용승계를 위해 힘써야 한다고 것이다.

반면 한국GM은 “고용 승계 여부는 신규 하청 업체의 고유한 사업적 선택일 뿐 원청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신 기업의 사회적책임 차원에서 기존 우진물류 노동자들에게 한국GM 부평·창원 공장 생산직 ‘정규직 채용’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 우진물류 노조가 한국GM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취하해 달라는 조건을 걸었다.

우진물류 노조는 “당장 어떻게 사는 지역을 옮기고 직무를 바꿔 일하나. 세종에서 일하는 것이 우선이고, 고용 조건 등은 추후에 논의하자”고 요구했다. 이에 한국GM은 지난달 26일 노조가 센터를 점거해 물류 이동을 방해하고 있다며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으로 맞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인천 부평구 인천 쉐보레 직영 정비사업소 앞에서 쉐보레 차주들이 한국GM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 방침에 반발, '차량 입고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자문위원은 “노사 갈등이 계속 반복되면 한국 시장 철수 등 GM의 한국 시장 전략에도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3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시행도 하나의 변수다. 기존에는 하청 노조의 교섭 대상이 우진물류였다면 시행 이후에는 원청인 한국GM과 직접 교섭할 수 있다. 진창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노동팀장)는 “법에 따라 원청과 하청 노조 사이에 교섭 의무가 발생하는 건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던 미지의 영역”이라며 “교섭 주체와 범위, 하청 근로자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여부 등 쟁점들은 결국 법원 판단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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