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외 온라인 주문·배송을 제한하는 내용의 ‘새벽배송 금지’ 규제를 없애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한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이하 유통법)이 전통시장 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쿠팡 등 플랫폼 대기업에게만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을 불공정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을 일부 수용한 결과다.
당·정·청은 4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 본점에서 실무 협의회를 열어 현행 유통법의 ‘대규모 점포등에 대한 영업시간의 제한’(12조의2) 조항에 예외 단서를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심야 영업을 제한하고,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도록 하는 현행법에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행위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삽입해 숨통을 틔워준다는 계획이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도 심야 시간에 포장, 반출, 배송 등의 영업 행위가 가능해진다.
지난해 11월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가 법안 개정의 계기가 됐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여권은 유통법 개정에 보수적인 입장이었다. 지난해 9월 9일 국회 산자위에서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일몰을 2029년 11월까지로 연장하는 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침탈로부터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울타리”(김원이 의원)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쿠팡 사태 이후 기조가 확 달라졌다. 김범석 의장 등 쿠팡 경영진이 국회의 청문회 출석 요구를 묵살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쿠팡이 미국 정부에 구명 로비를 벌이는 방식으로 되레 한국 정부와 소비자들에게 역공을 펼치고 있다”(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문제의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산자위원은 통화에서 “실질적으로 쿠팡을 규제하려면 수익의 원천인 유통 구조를 바꿔야 한다”며 “소비자들 사이에 ‘탈팡’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막상 쿠팡을 대체할 플랫폼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은 2013년 전통시장 보호와 근로자의 건강권 보장 등을 이유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후 쿠팡이 로켓배송(2014년)과 새벽배송(2018년)을 순차 도입하면서 규제의 반사 이익을 가져갔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쿠팡 연매출(41조3000억원)이 국내 대형마트 전체 소매 판매액(37조1000억원)을 추월했다.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당정 조치가 “사후 약방문 격”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독점적 지위가 법 개정 한 번으로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라며 “이커머스 업계에 쿠팡이 독주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만들어져버렸다”고 했다. 민주당의 반(反)기업 규제 완화 논의가 상대적으로 더뎠던 측면도 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새벽배송 제한은 물론,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조항도 모두 삭제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당정도 의무휴업 조항 삭제를 검토했지만, 소상공인 단체 반발로 결국 해당 조항은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전국상인연합회(전상연)가 지난 2일 “대형마트에 새벽배송까지 허용될 경우 소비자의 구매 시간대와 수요가 완전히 대형 유통업체로 쏠리게 돼 지역 상권 붕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국내 유통사의 공정한 경쟁을 독려하자는 취지로 법안을 준비 중”이라며 “상임위에서 여야 간 의견 수렴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