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4일, 설을 하루 앞두고 응급실을 지키다 과로로 순직한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당시 50세)이 생전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하루하루가 얼마나 숨 가쁘게 흘러갔는지를 보여준다. 이를 본 동료들은 "무리하지 말라", "쉬어라"는 걱정 어린 답글을 남겼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끝내 지켜지지 않았다.
129시간 30분. 윤 센터장이 사망하기 직전 일주일 동안 업무 시간이다. 하루 평균 18시간 30분을 일한 셈이다. 그는 사망 전 12주 동안 휴일 없이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주·야간 근무를 이어갔다. 야근 도중 잠시 눈을 붙이던 간이침대는 그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으로 남았다.
4일 오후 4시 전남 화순전남대병원 미래의료혁신센터에서 윤 센터장의 7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추모사에서 2002년 윤 센터장을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리며 "공직에 들어오는 의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귀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윤 센터장이 이루고자 했던, 모든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신속하고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 체계를 만드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추도사 중 눈물을 보인 정 장관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정부는 초중증 환자가 갈 병원을 119 구급대가 아닌 복지부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직접 선정하는 응급환자 이송체계 시범사업을 조만간 시행할 예정이다.
윤 센터장은 한국 응급의학이 태동하던 1990년대 초부터 현장을 지켜온 의사다. 전남대 의대를 1993년 졸업한 뒤 같은 대학 '응급의학과 1호 전공의'로 응급의학에 발을 디뎠다. 교통사고로 다친 아이가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지는 장면을 목격한 경험은 그를 응급의학의 길로 이끌었다. 전공의 시절을 함께 보낸 허탁 윤한덕기념사업회 이사장(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전공의 때 느꼈던 응급실의 부당함을 개선하기 위해 일관된 신념과 의지를 갖추고 평생 응급의료에 헌신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윤 센터장은 한국 응급의료의 기틀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2002년 복지부 서기관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2012년부터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맡아 국가 응급의료체계의 컨트롤타워를 이끌었다.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 구축, 응급의료기관 평가제도 도입, 닥터 헬기(응급의료 전용 헬기) 및 권역외상센터 안착 등 응급의료 체계의 근간을 직접 설계했다. 이런 그가 숨지자 이국종 당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하늘을 혼자 떠받치는 그리스 신화 속 '아틀라스'에 비유했다.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의료 현장을 지킨 윤 센터장의 삶을 기려 2019년 정부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고, 국가사회발전 특별공로순직자로 지정했다. 민간인으로는 36년 만의 국가유공자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그해 가장 가슴 아픈 죽음이었다"며 애도했다.
윤 센터장의 한평생 꿈은 응급환자가 제때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 중심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가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이 과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올해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은 66%에 그치는 등 인력난이 계속되고 있고, 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해 거리를 떠도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현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병조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윤 센터장은 응급의료는 결국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봤고, 후배들도 같은 생각"이라며 "그가 남긴 설계도를 가지고 한국형 응급의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것이 그의 뜻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