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하수정 기자] '액션 거장' 류승완 감독이 멜로 감성까지 이토록 능수능란하게 잘 다룰 줄이야. 신작 '휴민트'는 그의 장기인 타격감 넘치는 액션이 대형 스크린 위에 쉴 새 없이 펼쳐지고, 주인공을 둘러싼 섬세한 멜로 정서가 더해져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흔든다.
영화 '휴민트'(감독 류승완, 제공배급 NEW, 제작 ㈜외유내강)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조인성은 극 중 대한민국 국정원 요원 조 과장, 박정민은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 박해준은 주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총영사 황치성, 신세경은 북한 식당 종업원이자 생존을 위해 휴민트가 된 채선화를 각각 열연했다.
[사진]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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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는 2013년 개봉해 700만 명을 돌파한 류승완 감독의 흥행작 '베를린'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베를린' 속 비밀요원 표종성(하정우 분)이 거론돼 초반부터 흥미를 유발한다.
국정원 요원 조 과장은 한국에 들어온 빙두(얼음 마약)에 대해 조사하던 중 아끼던 정보원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이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또 다른 북한 정보원 채선화를 만난다. 다신 허무하게 정보원을 잃을 수 없다는 생각에 4개월간 공들여 채선화를 포섭하려던 때,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알고 보니, 박건과 채선화는 과거 약혼했던 연인 관계로, 둘 사이를 눈치챈 북한 총영사 황치성까지 얽히면서 일이 꼬인다.
'휴민트'가 '베를린'과 세계관을 일부 공유하고 있으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분명 다른 작품이다. '휴민트'는 첩보 액션 장르지만, 서로를 속이는 복잡하고 치밀한 정보전 대신 각각 인물들을 포커싱 하며 '감정' '관계' 등에 집중한다. 남북 체제 속에서 각자 임무를 수행하며 살아가는 가운데, 결국 인간이 아닌 정보를 캐내기 위한 도구였다는 냉혹한 현실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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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액션 연출은 이번에도 빛을 발한다. 관객 몸이 비틀어지는 실감 나는 리얼 액션이 전후반 배치돼 있고, 특히 조 과장과 박건이 러시아 인신매매 집단의 소굴에 들어가 수 십명의 거구들과 총기 액션을 벌이는 장면은 압권이다.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등 배우들이 온몸을 내던진 연기와 류승완 감독의 연출이 최고의 조화를 이루면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또한 박정민과 신세경의 멜로는 영화 내내 스킨십 하나 없지만, 마지막에는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 절절하다. '휴민트'에서 유독 멜로가 짙은 이유는 제목에서도 드러나 있다. 요즘처럼 최첨단 시대에 기술이 아닌 '사람을 통해 얻은 정보', 즉 휴민트로 활동하는 이야기가 영화 전반에 깔려있고, 이처럼 차곡차곡 잘 쌓은 감정선이 박정민, 신세경의 열연과 만나서 폭발력을 가진 것.
류승완 작품에서 매번 '잘생김'을 경신하는 조인성은 어김없이 극의 중심을 이끌며 훌륭한 액션을 선보였다. '여심 스틸러'로 등극한 박정민은 신세경과의 멜로 연기를 통해 '다 되는 배우'임을 입증했고, '류승완 월드'에 처음 합류한 신세경은 평양 사투리와 노래 등 보지 못했던 놀라운 모습이 인상 깊다. 여기에 박해준도 '폭싹 속았수다'의 사랑꾼 양관식을 버리고 새 얼굴을 갈아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