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균열은 이미 시작됐다.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 FC)의 뒤를 이어 완장을 찼던 크리스티안 로메로(27)가 올여름 토트넘 홋스퍼와의 결별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르헨티나 매체 ‘TyC 스포츠’의 가스톤 에둘 기자는 4일(한국시간) SNS를 통해 “로메로는 여름 이적을 원하고 있으며, 라리가를 포함한 복수 리그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충격적이지만 전혀 뜬금없지는 않다. 로메로는 지난여름 손흥민의 뒤를 이어 주장으로 선임됐고, 토트넘과 장기 재계약을 체결하며 팀 내 최고 연봉자 반열에 올랐다.
올 시즌 리그 27경기에서 6골 4도움. 센터백이라는 포지션을 고려하면 공수 기여도는 독보적이다. 수비의 중심이자 리더로서의 역할도 분명했다.
문제는 ‘팀의 방향성’이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24경기에서 7승 8무 9패(승점 29)로 14위에 머물러 있다. 주축 선수들의 연쇄 부상 속에서도 겨울 이적시장에서의 보강은 제한적이었다.
코너 갤러거, 소우자, 제임스 윌슨 영입에 그쳤고, 전력의 질적 반등을 이끌 카드로 보기에는 무게가 부족했다. 야망을 원하는 주장에게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행보다.
로메로의 불만은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그는 2일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전 2-2 무승부 직후 SNS에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출전 가능한 선수가 11명뿐인 믿기 힘든 현실에서 팀을 돕고 싶었다.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남겼다.
이어 “그래도 우리는 책임감을 갖고 반전을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이라며 팬들에게 감사를 전했지만, 문장 사이사이에 담긴 분노는 감춰지지 않았다.
이 같은 ‘소신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본머스전 패배 이후에도 로메로는 “내가 먼저 책임지겠다”고 말하면서도 “이럴 때 나서야 할 이들은 나타나지 않는다. 일이 잘 풀릴 때만 나와 거짓말을 늘어놓는다”고 직격했다.
주장으로서 팀을 보호하기보다,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다만 이적이 곧바로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 재계약을 체결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토트넘은 로메로의 몸값을 낮출 생각이 없다. 지난해 여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연결됐을 당시에도 토트넘은 6000만 파운드 이상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 입장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분위기는 예사롭지 않다. 완장을 찬 주장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고, 팀의 성적과 방향성은 개선 조짐이 뚜렷하지 않다.
손흥민이 떠난 뒤 이어진 ‘리더십 공백’은 로메로의 분노로 형태를 바꿨다. 토트넘이 여름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 주장 완장의 향방 역시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