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관할권 문제가 한미 간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국방부가 미국 측에 DMZ를 공동관리하는 방안을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안이 수용될 경우, 유엔군사령부가 관리해온 DMZ 남측 일부 구역의 관할권이 한국군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5일 한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미국 측에 DMZ 관할권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안했으며,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와 한미안보협의회(SCM) 등 주요 한미 국방 협의체에서도 이를 공식 의제로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국방부 구상의 핵심은 군사분계선(MDL) 기준 남쪽 2㎞에 해당하는 DMZ 남측 구역을 남측 철책을 기준으로 나눠 관리하는 것이다. 철책 이북 지역은 기존처럼 유엔사가 관할하되, 철책 이남 지역은 한국군이 관할권과 출입 승인권을 행사하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현재 DMZ 남측 구역 가운데 남측 철책 이남 지역은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원칙적으로 철책은 MDL 남쪽 2㎞를 잇는 남방한계선에 설치돼야 하지만, 감시·경계 임무 효율성을 이유로 일부 지역에서는 이보다 북쪽에 설치돼 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을 직접 만나 이 같은 공동관리 구상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제안은 앞서 여당과 통일부가 추진해온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법률’ 논란과도 맞물려 있다. 해당 법안은 비군사적·평화적 목적에 한해 DMZ 출입 권한을 한국 정부가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유엔사 관계자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DMZ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정전협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DMZ 관할권이 전적으로 유엔사에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에 국방부는 군사·비군사 목적을 구분하기보다는, 남측 철책을 기준으로 지역을 나눠 공동 관리하는 절충안을 제시한 셈이다. 실제로 철책 이남에는 일반전초(GOP) 등 한국군 병력이 상주하고 있고 군 관계자 출입도 잦아, 한국군이 관할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이 방안이 실현될 경우, 통일부가 추진 중인 ‘DMZ 평화의 길’ 재개방도 일부 구간에서 가능해질 전망이다. 2019년 개방된 DMZ 평화의 길은 전체 11개 코스 중 파주·철원·고성 등 3개 코스의 DMZ 내부 구간이 2024년 안보 상황을 이유로 중단된 상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선제적 신뢰 회복 조치 차원에서 DMZ 내부 구간을 다시 개방하겠다”고 밝혔으나, 유엔사는 보안상 이유로 출입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국방부 제안대로 남측 철책 이남 관할권이 한국군으로 이관되면, 해당 구간까지는 DMZ 평화의 길 재개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 국방당국과 유엔사는 현재까지 이 제안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 향후 호응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