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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다녀온 'DMZ 평화의길' 넘겨받나…국방부, 유엔사에 일부구간 관리 의향 전달

중앙일보

2026.02.0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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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방부가 지난달 유엔군사령부(유엔사) 측에 비무장지대(DMZ) 일부 지역은 한국이 관리하는 방안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제안은 지난 정부 때도 이뤄진 적이 있다. 다만 이재명 정부 들어 여당 주도로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승인 없이 비무장지대(DMZ)를 출입할 수 있도록 하는 ‘DMZ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자칫 유엔사와 추가적인 갈등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부가 민간인 출입 통제 등 관리 권한을 가져오길 희망하는 DMZ 구간은 지난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당시 남방한계선보다 철책이 북쪽으로 이동해 있는 부분이다. 군 당국은 이런 곳이 DMZ 총 구간(동~서 255여㎞)의 최대 50%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초 DMZ 남측 구역의 철책은 군사분계선(MDL) 기준 남쪽 2㎞ 지점을 따라 그어진 남방한계선 상에 설치됐다. 그러나 1960~1970년대 남측은 철책을 조금씩 밀어 올리고 북측은 남쪽으로 내리면서 정전협정 체결 당시와 차이가 생겼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1일 DMZ 평화의 길 강원 고성 구간을 방문한 모습. 사진 통일부
이 때문에 일부 전방 부대의 일반전초(GOP)가 사실상 DMZ 내에 있는 채로 군 부대가 경계 활동을 해온 셈이다. 국방부는 해당 구간에 대해서는 민간인 출입 승인 권한을 한국군이 가져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철책을 기준으로 남쪽 구역은 한국이, 북쪽은 현행대로 유엔사가 통제하는 방식이다.

특히 국방부가 관할권을 행사하길 원하는 구역에는 지난달 21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방문해 일반에 재개방 의지를 밝혔던 강원도 고성의 'DMZ 평화의 길' 구간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운영이 중단된 DMZ 평화의 길 3개 코스 재개방을 올해 안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제안은 이번 정부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니라고 한다. 문재인·윤석열 정부 때도 이런 의향을 미 측에 전달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한·미 통합국방협의체(KIDD) 등 국방 실무 협의체를 통해 DMZ 구간에 대한 한국의 권한의 확대 필요성을 미 측에 전했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동맹 현대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국방부는 ‘DMZ 관리의 현실화 방안’을 한국 측 요구사항으로 의제에 포함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런 제안이 지난해부터 통일부와 여당에서 추진하는 DMZ법과 맞물려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도 군 안팎에서 나온다. 유엔사가 이를 정전협정상 DMZ 관할권을 흔드는 일련의 시도로 인식할 수 있어서다. 국방부 내에서 “DMZ의 전체 관할권이나 공동 관리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란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실제로 유엔사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기자들과 만나 “만약 한국 정부가 유엔사의 승인 없이 DMZ 내 민간인 출입을 허가한다면 정전협정 위반”이라고 밝혔다. 시기적으로 국방부가 관련 의견을 전달한 직후 유엔사가 자신들의 DMZ 관할권을 강조한 셈이다. 국방부 제안에 대해 우회적인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국방부의 이번 제안과 별개로 DMZ법과 관련해선 정부 안에서도 입장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통일부는 DMZ 관련 사항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안이 원칙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국방부와 외교부는 정전협정과 대북제재 위반 소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정영교.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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