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등을 통해 김영선 전 국회의원에게 공천을 받게 해준 대가로 의원 세비 절반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명태균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돈을 준 김 전 의원도 무죄를 받았다. 지난달 28일 김건희 여사가 명씨 부탁을 받고 김 전 의원 공천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은 데 이어 당사자들도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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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명태균·김영선 공천 돈거래 무죄”
창원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김인택 부장판사)는 5일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도운 대가로 세비 절반인 8070만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은닉(증거은닉교사) 혐의는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명씨와 김 전 의원에게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두 사람이 무죄를 받은 건 재판부가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주고받은 돈이 “공천 대가가 아닌 급여와 채무변제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 2022년 8월~2023년 4월까지 명씨에게 지급된 돈은 명씨가 김 전 의원 지역구 당협사무소 총괄본부장으로 매일 출근해 근무한 데 따른 ‘급여’로 봤다. 명씨와 김 전 의원, 중간에서 돈을 전달한 회계책임자 강혜경씨와 대화 역시 ‘급여’임을 전제로 이뤄졌다는 게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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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 반띵’은 총괄본부장으로 일한 급여”
그 이후 준 돈은 김 전 의원의 채무 변제금이라고 봤다. 2023년 6~11월 세비 절반을 강씨에게 이체했지만 명씨가 수령을 거부했고, 이듬해 1월 채무 변제 명목으로 한꺼번에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 명씨가 강씨에게 수차례 채무 변제를 요구했고, 김 전 의원과 강씨 간 통화 등에서 명씨에 대해 채무가 있었다는 점이 언급된 게 재판부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공천 대가인 불법적인 금품이라면 세비 절반을 매월 계좌로 이체하고 제3자를 통해 전달하는 등 형태를 취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명씨와 김 전 의원이 공천 대가로 어떤 약속을 했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명씨가 실제 김 전 의원 공천에 영향을 미쳤는지와 관계없이 세비 절반이 공천 대가 또는 사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정치자금법상 공직선거에서 특정인을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한 정치자금 수수는 불법이지만, 오간 돈이 공천 대가는물론 정차자금이 아니어서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김건희 여사 1심 재판부가 여론조사는 명씨가 여러 사람에 배포한 ‘영업’ 활동이었기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재산상 이득(정치자금)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한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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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등에 공천 부탁했지만…대가 약속한 증거 없어”
다만, 명씨가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등 유력 정치인에게 김 전 의원 공천을 부탁하고 윤 전 대통령이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윤상현 전 국회의원에게 연락한 사실은 인정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명씨가 김 전 의원 공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면서도 “공관위에서 토론을 거쳐 다수결로 공천을 결정했고, 김 전 의원이 여성으로 우선 순위에 있었고, 대선 기여도도 높아 달리 볼 사정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는 명씨가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과 함께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경북 예비후보 A·B씨에게 1억2000만원씩 총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무죄로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돈 역시 미래한국연구소 운영을 위한 대여금이고 공천과 관련이 없다고 봤다. 김 전 소장이 A·B씨에게 돈을 받을 때 쓴 차용증에 ‘사무실 운영 목적’이라고 적혔고, 돈 대부분이 연구소와 당시 직원인 강씨의 계좌로 입금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돈이 처음 수수된 2021년 8월은 지방선거를 10개월 앞둔 시점이었다”며 “명씨가 유력 정치인과 교류하는 정도에 불과해 공천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영향력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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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남 시켜 ‘황금폰’ 은닉한 혐의만 유죄
다만, 재판부는 명씨가 일명 ‘황금폰’으로 불린 휴대전화 3대와 이동식저장장치(USB) 1개를 은닉하도록 처남에게 지시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처남을 동원해서 은닉시키고, 수사기관과 언론에 ‘폐기했다’고 허위사실을 말해 수사에 중대한 혼선을 초래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