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성분조작 의혹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웅열(70)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 백강진)는 5일 약사법·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명예회장에게 1심과 같이 모두 무죄 및 면소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사 책임을 인정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골관절염 치료제다. 연골세포가 담긴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삽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으로 구성된다. 이 중 문제가 되는 건 2액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인보사 국내 판매 허가를 받았는데,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과정에서 2액의 기원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식약처는 2019년 3월 인보사 판매를 중단시켰다.
이 명예회장은 2017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식약처 허가 성분과 다른 성분으로 인보사를 제조·판매해 환자들로부터 약 160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검찰은 코오롱티슈진이 2015년 FDA로부터 임상 중단 명령을 받았음에도 그 사실을 숨기고 임상 3상에 진입한 것처럼 허위 공시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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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은폐나 은닉이라고 보기 어렵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피고인들이 인보사 2액의 기원이 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을 식약처 허가 전에 인지하고 은폐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실제로 (인보사에 관해) 유전학적 계통검사(STR)를 인증하기 위해 여기저기에 검사를 시키는 과정이 있다. STR 결과가 잘못된 거라고 판단하기도 했다”며 “혹시 잘못된 게 아닌지 검증하려고 노력했던 이상 은폐나 은닉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 측은 미국 코오롱티슈진의 내부고발자 성격을 가진 직원과 나눈 이메일을 증거로 제출했으나, 재판부는 “질문과 답변에서 검사가 답을 정해놓고 유도하는 내용이 너무 많다”며 증거력이 극히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코스닥 상장 과정에서 CH를 조직적으로 은폐하지도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상장주관사인 증권회사 담당자에게 명시적으로 서류를 전달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코오롱티슈진은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티슈진이 받은 CH의 의미 또한 1심과 동일하게 ‘임상 중단 명령’이 아닌 ‘임상 보류 명령’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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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위례·대장동 모두 항소 포기...‘인보사 사태’ 상고할까
앞서 1심 재판부는 2024년 11월 이 명예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인보사의 제조·판매를 중단하고 그 원인을 파악하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면서도 “판결이 최종적으로 유지될 것인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만일 최종 판단이 이 법원 판단과 동일하다면 수년에 걸쳐 막대한 인원이 투입된 이 소송의 의미는 무엇이었는지, 과학 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고 짚었다.
검찰은 1심 선고 후 “증거에 대한 평가, 관련 사건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법원의 판단을 바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이 명예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당시에도 과학적 문제에 사법적 기준을 들이댄 '기계적 항소'라는 비판이 일었다. 최근 검찰이 항소를 지양하며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등에 대해 항소를 포기한 가운데, 1·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된 ‘인보사 사태’에 대해 상고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