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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발길질 당하고 침 맞고…경찰, 직원 정신건강에 약 100억 투입

중앙일보

2026.02.05 00:20 2026.02.0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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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 연합뉴스
경찰관의 심리 상담소 이용 횟수가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정부가 경찰관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약 1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지난달 19일부터 조달청 나라장터에 사업 공고를 올려 향후 2년 동안 98억8400만원을 투입해 ‘경찰 마음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5일 밝혔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경찰 마음건강증진 프로그램 제안 요청서’에 따르면 경찰은 전국 18개소인 마음동행센터를 세종시와 경기 남부 등에 6곳 더 늘리고, 상담사 11명을 새로 채용할 계획이다. 마음동행센터는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경찰 심리 상담소다. 또 MHAPI 등과 같은 정신건강척도 검사를 경찰청 전 직원 대상으로 연 2회 실시해 위험 징후를 조기에 발굴하고 관리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는 행패에 민원인과 경찰관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 독자 제공
살인 현장 같은 충격적 사건을 마주하거나 민원인에게 폭행당하는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경찰관들이 많았지만, 심리 지원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관들의 마음동행센터 이용횟수는 지난해 3만9119회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찰관 수도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 5년간 총 116명의 경찰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지난해는 25명의 경찰이 극단적 선택을 했는데, 이는 최근 5년 새 가장 많은 수였다.

민원인들의 경찰관 폭행도 끊이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 구로구에서 한 남성이 출동한 경찰관 얼굴에 주먹을 휘두르고 침을 뱉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또 지난해 12월엔 성추행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게 가래침을 뱉고 얼굴 부위에 발길질하며 난동을 부린 60대 남성이 강제추행치상·공무집행방해죄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범인의 피습으로 상해를 입은 경찰관 수는 총 1928명이다. 작년에는 경찰관 340명이 피해를 보았는데, 이는 287명이 다친 2021년보다 약 18.4%(57명) 증가한 수치다.
2025년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경찰 내부의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강해야 한다’는 인식과 팀에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에 정신적 어려움을 겪어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찰들이 많았다. 직원들의 트라우마를 예방하기 위해 전문 상담사가 직접 경찰서로 방문하는 ‘긴급심리지원’ 제도의 평균 실시율도 11%에 불과할 정도로 유명무실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는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심리 상담 등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개인의 상담 및 치료 이력은 철저하게 비밀로 보장하고, 상담을 받더라도 어떠한 불이익도 없다는 것을 지속해서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곽주영.김정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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