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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강훈식, 캐나다 잠수함 '키맨' 퓨어 면담…9일 만 ‘보고 또 보고’

중앙일보

2026.02.05 00:26 2026.02.05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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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캐나다 현지에서 스티븐 퓨어 국방조달특임장관과 면담했다. 강훈식 비서실장 페이스북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6일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의 ‘키 맨’인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을 청와대에서 다시 만난다. 지난달 28일 강 실장이 대통령 방산 특사 자격으로 캐나다를 방문해 퓨어 장관을 만난 지 9일 만에 서울에서 또 마주하는 것이다.

5일 여권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강 실장이 우리 기업의 파이널 피치(Final Pitch, 최종 발표)를 위해 방한한 퓨어 장관을 청와대로 초청해 접견하는 것”이라며 “이번 잠수함 수주 사업이 정권 차원에서 중요한 국책사업이다 보니 우리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사를 보여주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마크 카니 정부가 신설한 국방조달 특임장관직을 맡은 퓨어 장관은 이번 수주전의 향방을 가를 핵심 당국자다.

3000t급 신규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CPSP는 만약 수주가 성사할 경우 정부 방산 수출 역사상 단일 사업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현재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 ‘원팀’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스(TKMS)의 2파전으로 압축된 상태다. 캐나다는 3월 최종 입찰 제안서 접수 후 이르면 상반기 내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퓨어 장관의 방한은 최종 의사결정을 앞두고 현장 시찰에 방점이 찍혔다. 그는 입국 당일인 지난 2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아 시운전 중인 3000t급 잠수함인 ‘장영실함’(KSS-III Batch-I)에 직접 승선해 “내부 기술력이 대단하다”고 호평했다. 이어 4일에는 경기 성남 판교에 있는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도 방문했다. 퓨어 장관은 한국 방문에 앞서 지난해 12월엔 경쟁국 독일의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스(TKMS)를 방문해 시찰을 마쳤다.

스티븐 퓨어 캐나다 국방조달 특임장관과 캐나다 기업인들이 2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장영실함 위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한화오션 승함하는 등 생산시설을 돌아봤다. 한화오션
강 실장이 단기간 내 퓨어 장관과 다시 만나는 것은 한국의 적극적 수주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이번 만남에선 양국 간 안보 협력의 진정성을 재차 강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 실장은 캐나다 출국 직전인 지난달 25일 휴일을 반납하고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6·25 전쟁 캐나다군 전사자 명비에 헌화하며 70여 년 전 함께 피 흘린 전우라는 점을 부각했다. 캐나다 출장을 마친 직후인 지난달 29일엔 페이스북을 통해 “강력한 폭설과 혹한을 뚫고 방문한 ‘진정한 친구’를 캐나다 정부도 진심을 다해 환영해 주었다”라며 “우리의 진심도 전부 전했다. 이제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적었다.

한 소식통은 “강 실장이 캐나다에서 퓨어 장관을 포함 정부 고위급들을 두루 만나면서 큰 환대를 받았다. 잠수함 기술력에 대한 신뢰는 이미 매우 두터워 수주 가능성이 없지 않다”며 “다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란 강한 울타리를 앞세운 독일의 공세를 뚫기 위해선 한국이 ‘플러스 알파’로 제안할 산업 패키지가 캐나다 구미에 맞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최근 캐나다가 유럽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기조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수주전의 최종 성패는 ‘절충 교역(Offset)’ 협상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절충 교역이란 외국에서 군수품을 수입할 때 상대국에 기술 이전이나 현지 생산 등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조건부 교역 방식이다.

현재 캐나다는 자국 내 제조업 부흥을 위해 한국에 현대자동차 현지 공장 설립을, 독일에는 폭스바겐 추가 시설 건립 등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퓨어 장관은 지난 2일 장영실함 승선을 마친 뒤 “(CPSP 사업자) 결정 기준은 어느 나라가 캐나다에 최선의 경제적 가치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독일은 모두 자동차 제조국 아닌가. 이런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이 있다면 방산을 넘어 더 큰 협력을 하고자 한다”며 자동차 분야를 콕 집었다. 지난달 강 실장의 출장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전격 동행한 것도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용산 전쟁기념관을 찾아 6·25 전쟁 캐나다군 전사자 명비 앞에서 묵념하고 있다. 강훈식 비서실장 페이스북
다만 현대차로선 캐나다 내 완성차 공장 설립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서 대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을 가동 중인 상황에서 추가 공장 건설은 사업성과 투자 효율성 측면에서 부담이 큰 게 현실이다.

정 회장도 지난달 캐나다 출장 때 완성차 공장 설립이 아닌 수소 산업을 협력의 핵심 카드로 역제안했다고 한다. 캐나다의 수력·천연가스를 기반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결합하는 수소 밸류체인 협력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이유에서다.

방산업계 일각에선 이를 통해 캐나다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특히 독일의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은 캐나다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을 이미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 방문에서 특사단이 독일의 큰 벽을 실감했다는 이야기도 동시에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원한 소식통은 “미국으로부터 철강 관세를 두들겨 맞은 캐나다 정부가 원하는 것은 고용 창출이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자동차 공장’이란 점이 난점”이라고 짚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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