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당음료 함유 설탕 등에 매기는 부담금은 꼭 필요하다. 비만 감소 등 소아청소년 건강에 쓸 수 있는 약 2000억원 규모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교수) "부담금에 따른 가격 인상 시엔 소비자로 부담이 대부분 전가되고,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비당류 감미료를 쓰면 더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임영태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본부장)
지난달 말 이재명 대통령이 운을 띄운 '설탕부담금' 도입을 두고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예방의학회는 5일 고려대에서 설탕부담금 도입 관련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국회에서 가당음료에 부담금을 매기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관련 토론회도 다음 주까지 이어지면서 찬반 공방에 점차 불이 붙는 양상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현창 연세대 의대 교수는 설탕부담금 논의의 배경이 되는 소아청소년 비만 문제를 짚었다. 개인의 의지나 생활습관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하면서다. 코로나19 이후 가당음료 등 고열량·저영양 식품 노출이 늘면서 비만 유병률이 상승하고, 취약계층에서 이런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가당음료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청소년 비만 증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설탕부담금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시행했고 성과도 거둔 만큼 굳이 미룰 필요가 없는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박은철 교수는 제도를 앞서 도입한 영국의 부담금 수입(국내총생산(GDP)의 0.01%)을 고려했을 때, 한국의 부담금 규모는 2276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를 소아청소년 건강증진사업, 비만 연구 등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부담금을 설탕이 들어간 모든 음식에 매기는 게 아니라, 어린 세대 영향이 큰 가당음료에만 매기자고 강조했다. 그는 "부담금이 세수를 늘리거나, 소아청소년 건강이 아닌 지역·공공의료 등에 쓰는 목적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부담금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영태 본부장은 "가당음료를 주로 섭취하는 저소득층에 부담이 집중되고,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빠르게 줄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 "생활습관을 바꾸는 캠페인, 소비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같은 대안도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부담금 사용처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2021년 발의된 법안이 폐기된 이유 중 하나가 부담금 재정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안 된 것"이라면서 "(이 대통령 언급대로) 재원이 보편적인 지역·공공의료에 투입되는 데엔 우려가 있다. 실제 설탕 섭취에 따른 피해를 보는 청소년, 저소득층, 어르신들의 건강 불평등 해소에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가당음료 기업에 설탕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달 30일엔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L당 225~300원의 가당음료부담금을 매기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냈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 등은 오는 12일 설탕 과다사용부담금 국회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