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이모(30)씨는 2021년 9만원대에 삼성전자 주식을 산 뒤 4년 넘게 수익을 못 내다가 지난해 말 ‘10만 전자’가 되자마자 팔았다. 안전한 ‘익절’(이익을 보고 매도)을 택한 건데 이후로도 주가가 계속 치솟자 결국 지난 2일 15만원대에 다시 샀다. 이씨는 “그동안 버틴 트라우마 때문에 장기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타로 조금만 벌고 빠지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 주식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단타’(단기 투자)는 외려 과열되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일일 상장주식 회전율은 1.42%로, 지난해 6월 5일(1.4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전율은 주식 거래량을 상장주식 수로 나눈 비율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하루 동안 손바뀜이 많았다는 걸 뜻한다.
단타 과열 양상은 코스닥 시장에서 더 두드러졌다. 5일 코스닥 일일 상장주식 회전율은 2.45%로, 보름 연속 2%대가 이어지고 있다. 연초만 해도 1%대였지만 점차 높아져 지난달 28일에는 2.9%까지 올랐다. 2024년 2월 21일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86% 내려 5163.57에 마감했다. 이날 개인투자자는 코스피 시장에서 역대 하루 최대 규모인 6조7781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순매수). 외국인 투자자가 팔아 치운 주식(5조377억원)을 개인이 받아낸 셈이다. 이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 역시 일일 기준 사상 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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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기 증시에 단타 과열
최근 대형주들이 하루에 5% 이상 오르내리는 널뛰기 장세를 보이면서 초단기 ‘사고 팔기’가 집중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5.8% 내려 ‘16만 전자’가 깨졌고, 2위 SK하이닉스도 6.44% 하락했다. 다른 후보보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쪽에 기운 케빈 워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으로 지명되며 불거진 이른바 ‘워시 쇼크’가 한국 증시를 덮친 이후 더 두드러진 현상이다. 지난 2일만 해도 삼성전자가 6.29% 하락했다가 바로 다음 날 11.37% 급등했고,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8.69% 떨어졌다가 다시 9.28% 뛰었다.
지수 변동성도 해외 주요 시장보다 컸다. 지난 2~3일 코스피 지수는 5.26% 하락했다가 다시 6.84% 급등했는데,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54% 상승했다가 0.84%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 지수는 1.3% 떨어졌다가 3.9% 올랐다. 한국판 ‘공포 지수’인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5일 장중 52.68까지 오르며 코로나19 이후 5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통상 40을 넘어서면, 급격한 주가 변동 가능성이 있는 ‘공포 구간’으로 해석된다.
코스닥도 마찬가지다. 중소·테마주가 많아 특정 이슈에 수급이 쏠리며 변동성이 더 커졌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점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인이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코스닥(거래량 기준)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78%로, 코스피(약 67%)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 코스닥 주식 보유 기간은 2.9개월로 코스피(6.5개월)의 절반 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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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회전율의 2.5배…“배당 등 인센티브 필요”
국내 주식 회전율은 해외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한국은행 ‘2025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주식의 회전율은 미국 주식의 약 2.5배였다. 보고서는 “해외(미국) 주식의 경우 장기 수익률이 높고 단기 수익률 상승 자체가 순투자 증가 요인으로 작용해 주가 상승 시 추격매수를 가져오는 반면, 국내 주식은 장기 수익률이 낮은 가운데 단기 수익률 상승이 순투자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주가 상승 시에 차익 실현 유인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타 매매가 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시장 수익률을 밑도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주식의 기본은 회사의 지분을 매입해 배당을 받는 건데 국내 주식은 장기 보유해도 배당 수혜가 많지 않다”며 “배당이나 세제 혜택 등 장기 보유 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