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7년간 키운 AI·융합교육 성과 발표·공유
정부 대학혁신지원사업 통해 '혁신 인프라' 투자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밀려 정부 지원 줄까 걱정
“혁신 ‘속근육’ 키우려면 단기 성과 연연하지 말아야”
# 경남의 한 사립대는 정부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학교 행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했다. 대화형 챗봇을 통해 자율전공학부 학생에게 희망 진로에 맞는 강의를, 복수전공을 택한 학생들에게 관련 학사 행정 등을 안내한다. ‘쓸만하다’는 소문에 다른 학생들도 인턴 채용에 따른 휴·복학 일정, 학자금 융자 방법 등을 문의한다.
# 연세대 4학년 성재영(컴퓨터과학과)씨는 AI를 통해 수능 수학 모의 문제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했다. 대학혁신지원사업단과 학교가 지원한 300만원이 종잣돈이 됐다. 앱이 제공하는 모의 문항이 호평을 받으면서 이용자가 1000여명에 이르게 됐다.
지난달 29~30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2025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대학혁신포럼(SUIF)’에서 각 대학이 발표한 내용 중 일부다. 대학 내 AI 교육, 융합 교육 등 2019년부터 전국 대학에 매년 수십억 원 이상 지원한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성과물들이다. 이주열 대학혁신지원사업 총괄협의회장(남서울대 산학협력단장)은 “특정 목적을 가진 다른 사업과 달리 자율성을 강조한 사업이라서 대학 입장에서는 학교 상황과 발전 계획에 적합한 맞춤형 사업을 키우는 알토란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사장에 만난 대학 관계자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는 않았다. 정부가 지역 거점 국립대 중심의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면서, 대학혁신지원사업 등은 줄어들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2024년 8852억원에 이르렀던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지난해 7955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8000억원이 책정됐지만, 지방대 15~18곳에 배정될 특성화사업비를 제외하면 71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0일 대학혁신지원사업단의 지역별 회장교 담당자들은 벡스코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이주열 총괄협의회장, 김희연 수도권 협의회장(세종대), 장중혁 대구·경북·강원권 협의회장(대구대), 송창수 호남권 협의회장(호남대), 박주식 부산·울산·경남권 협의회장(울산대)이 참석했다. 다음은 이들과의 문답.
-대학혁신지원사업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는. ▶김희연=(등록금 등으로 확보하는) 교비에 비해 액수가 크지 않지만, 대학의 교수·학습 방법을 개선하고 융합교육 과정을 짜는데 활기를 불어넣는다. 정부 지원금이라는 특성 때문에 교비보다 훨씬 투명하게 집행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다만 방대한 증빙 서류를 챙겨야 해, 행정력이 소모되기도 한다. 대학 간 정보를 공유해 집행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사업 대상 138개 대학 중 법인화된 국립대(서울대·인천대)와 공립대(서울시립대) 3곳을 빼면 모두 사립대다. ▶장중혁=지난해 3주기 사업 직후 협의회가 발행한 소식지에 ‘서울대 138개 만들기’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4년제 종합대가 전국에 총 194곳이 있는데, 모든 대학이 서울대처럼 지역과 국가의 발전을 이끄는 거점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향후 모든 대학이 스스로 변화하기 위한 역량을 확보하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표현이기도 하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5대 5로 반영해 대학별 지원액을 정하는데, ▶송창수=정량평가는 학생당 교육비, 재학생 충원율과 같은 자료로 점수를 매긴다. 정성평가에선 학사 구조 유연화, 전공 간의 벽을 넘은 융합교육 등의 성과 기준이 있다. 이에 따라 입학 정원의 25% 이상을 자율전공학부로 뽑는 대학도 나왔다. 이런 변화를 이뤄내려면 수요가 많은 과목 위주로 강사를 미리 채용하고, 수강신청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인프라 투자에 상당한 예산이 필요하다. 단기 성과보다는 대학이 속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 지표가 개선되어야 한다.
-2027년까지 진행될 대학혁신 지원사업 3주기의 중점과제는. ▶박주식=1~2주기엔 각 대학의 사업 성과를 공유하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 적은 예산으로도 단기간에 성과를 얻은 사례를 공유하고 확산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예산이 몰리면 각 대학에 분배되는 혁신지원 사업비는 줄 수밖에 없다. 적은 돈이라도 보다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노하우를 공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