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힘들 때 택하게 되는 나쁜 전략 중, 오늘은 회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힘든 생각과 느낌을 경험하지 않으려 우리는 종종 회피 전략을 사용하며, 적당한 회피는 실제로 좋은 방책입니다.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더욱이 비윤리와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면, 때론 흐린 눈 하고 모르는 척 사는 것이 내공입니다.
그러나 어떤 좌절도, 감정도 느끼지 않으며 회피를 습관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느낌이 들 것 같으면 일을 미루거나, 시도하지 않거나, 포기하거나, 그 일의 가치를 낮추어 말합니다. 아픈 일은 줄어듭니다. 그만큼 아프게 배우는 일도 줄어들고 마음은 무감해지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덜 다치게 하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소셜미디어나 쇼츠, 술, 챗봇과의 대화, 반복된 자해 안에 머무릅니다. 그곳에선 나의 우울과 불안, 열등감과 수치심을 보지 않아도 됩니다. 한편 다른 이의 결함이나 실수에는 몹시 날을 세우고 부당한 상황이나 사회를 비난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는데, 그래야만 자기 문제에서 도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처 입지 않겠다고 회피하면
자격 없는 사람들이 기회 독식
어차피 삶은 모험, 오늘 출정을
원래 목적지가 그곳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우연히 타고난 위협감지 시스템이 예민해서 혹은 불운한 외상이 뇌에 깊은 흔적을 남긴 이후, 다만 살고자 하는 마음으로 안전지대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이대로는 내가 부서질까 봐 항해를 멈추고 배를 엉뚱한 뭍에 대고, 방어선을 치고, 이제 어느 경험도 하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회피 행동을 임상심리학에서는 ‘안전행동’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최근 여러 연구는 안전행동에 몰두할수록 자신감과 통제감은 낮아지고, 타인에 대한 괜한 분노는 커지고, 삶의 질과 심리치료의 효과마저 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안전행동은 불안 장애, 강박 장애,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등에서 핵심적으로 관찰되는 ‘과도하고 불필요한’ 회피 행동입니다. 예컨대, 사회불안이나 공황 장애가 있다면 그 어떤 돌발 상황에도 노출되지 않으려 외출을 꺼립니다. 위생에 대한 강박증이 있다면 모든 오염물질을 완전히 제거하려 합니다. 마음의 불편감을 잠시는 낮추지만, 어쩌면 그 시간, 그곳에서 만났어야 할 그 모든 경험을 차단하고 우리를 무균실로 다시 몰아넣어 힘든 감정에 더욱 취약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두려워하던 것 대부분이 실은 머릿속 파국적 상상일 뿐이란 것을 배울 기회를 잃습니다. 내가 만든 안전행동 덕에 끔찍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 오래도록 믿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실로 끔찍한 상황은 이것입니다. 당신이 세상과 멀어져 상실감이나 불안감, 수치심을 느끼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동안, 당신이 실로 바라던 기회들이 다른 이들에게 흘러가는 것, 나는 이것이 몇 배 더 끔찍합니다. (아무리 중립적으로 보려 해도) 도대체가 자격도 없고 상도덕도 없는 이들이, 당신에게 더 걸맞은 그 기회들을 가져갑니다. 이것이 당신의 안전지대가 우울과 불안을 무럭무럭 키워내는 또다른 방식입니다. 당신의 회피가 오래될수록, 세상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점점 더 ‘난 자격이 없고 무책임하다’고 믿어버립니다.
그러나 회피하는 분들이 정말 자격도 의지도 없으며, 어떻게 돼도 상관없어 무책임하게 회피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은 누구보다 민폐 끼치고 싶지 않아서, 여전히 책임감 있고 정성스럽게 살고 싶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삶이 ‘슬퍼하고 불안해할 만한 가치’가 있어서 마음 안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이 멈추어 있는 동안 나보다 더 자격이 없는 이들이 다른 선한 이들에게 끼치는 피해를 바라보고만 있지 마세요. 모든 순간 나의 모든 불편한 감정을 마주할 필요까지도 없습니다. 그냥 거기 있게 두고, 당신은 당신에게 중요한 일을 그저 하세요. 해야 할 일을 하고,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세요.
오늘은 당신에게 건네는 출정 명령을 만드세요. 저 역시 제가 위축되어 회피가 도지려 할 때 외치는 주문이 있습니다. 창피해서 이곳에 적지도 못하지만, 제게는 강력한. 이제 그렇게 짧은 몇 마디 말을 내뱉고, 만화영화처럼 모험을 떠나세요.
삶은 항해. 삶은 모험. 어떤 결과가 기다리든, 모든 괴롭고 힘든 경험을 만끽하세요. 당신의 항해 일지에 다시 글이 적힙니다. 다시, 출정입니다.